연기자 지진희.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세미골퍼 자격증 따고 싶은데 가족들 눈치
드라마 원작 비교…늘 “내가 최고다” 최면
연기자 지진희(48)와 이준혁(35)은 최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 출연하며 쉼 없는 활동의 행보를 이었다. 각기 다른 원동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두 사람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향후 또 다른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22일과 23일 각각 서울 신사동과 삼청동에서 만난 두 사람은 연기 열정을 향한 뜨겁거나 혹은 차가운 기운을 뿜어냈다.
지진희는 한때 “온몸이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암벽에 올랐다. 10년 전 암벽 등반을 시작한 뒤 서울 북한산의 인수봉을 2번 오르며 손바닥이 터지고, 코뼈가 부러졌다. 어깨 인대가 찢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3년 전부터는 골프를 치고 있다.
최근에는 실력까지 일취월장해 세미 골퍼 자격증 취득을 노리고 있다. “가족들 눈치가 보여 못하고 있지만 정말 도전하고 싶다”고 웃는 그의 골프 친구는 황정민, 장동건, 이종혁, 주진모 등이다. “만날 때마다 이들의 실력이 향상되어 있다”며 승부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일상 속 즐거움은 곧 일터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연기 외에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해소함으로써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술로도 풀어봤지만, 좋지 않은 일들로 연결되더라. 하하! 지금은 술 마실 돈으로 골프를 친다. 자연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얘기하며 걷는 게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연기자 지진희.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60일, 지정생존자’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힘이기도 하다. 인기 미국드라마 ‘지정생존자’를 리메이크해 원작과 비교를 피할 수 없었지만 ‘내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자기 최면을 끊임없이 걸었다. 원리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환경부 장관 역을 맡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정을 운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의 중심을 이끌었다.
지진희는 “장르를 떠나 재밌는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했다. “뻔한 것, 이미 누가 한 분야는 하고 싶지 않다”는 그는 “약간의 욕심을 더해 지금까지 좋았던 운을 이어서 이전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나고 싶다”고 바랐다.
정치 소재의 남성 중심 이야기여서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3.4%로 시작한 드라마는 6.2%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는 “앞으로 남녀노소 모두 만족하는 드라마가 나오기는 더욱 더 어렵지 않을까. 시청 타깃이 확실한 드라마에 시청자가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작자나 연기자의 부담도 덜할 거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드라마 제작 및 방송환경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그는 이성적으로 자신이 발 딛고 선 자리를 냉철하게 바라볼 줄 아는, 차갑지만 뜨거운 연기자다.
● 지진희
▲ 1971년 6월24일생
▲ 1999년 조성빈의 ‘삼류 영화처럼’ 뮤직비디오 데뷔
▲ 드라마 ‘대장금’ ‘봄날’ ‘스포트라이트’ ‘대풍수’ ‘따뜻한 말 한마디’ 등
▲ 2009년 KBS 2TV ‘결혼 못하는 남자’·연기대상 미니드라마 부문 우수연기상
▲ 2010년 MBC ‘동이’·연기대상 최우수상
▲ 영화 ‘오래된 정원’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등 주연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