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0 KBO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10개 구단에 지명된 신인 선수들이 정운찬 총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덕수고 좌완투수 정구범이 1라운드 전체 1순위 주인공이 됐다. 1순위 지명권을 가진 NC 다이노스의 선택은 예상대로였다. 정구범은 1차 지명 선수들 중에서도 상위권으로 꼽힌 고교 정상급 투수지만 중학교 시절 미국유학으로 1차 지명에서 제외됐다.
2순위부터 이변이 시작됐다. KT 위즈는 올해 자원이 풍부한 고졸 좌완 투수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포수 랭킹 1위 유신고 강현우의 이름을 불렀다. 9순위에서 강현우를 기다리고 있던 두산 베어스는 급히 전략을 바꿔야 했다.
이어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는 모두 좌완 투수 김윤식(광주진흥고), 홍민기(대전고), 허윤동(유신고)의 이름을 불렀다.
LG는 KT가 포수를 지명하면서 정상급 좌완 투수를 뽑을 수 있었다. 특급 유격수 유망주로 꼽히는 박민(야탑고)이 남아있었기 삼성의 선택은 현장에서 조금 의외로 평가됐다.
내야 보강이 필요한 KIA가 재빨리 박민을 선택했고 키움 히어로즈가 7순위로 역시 왼손 투수 이종민(성남고)을 지명했다. 이어 한화 이글스는 우완 투수 남지민(부산정보고)을 선택했다.
두산은 KT가 강현우를 지명했지만 플랜B로 선택한 유망주 포수 장규빈(경기고)의 이름을 다른 팀들이 부르지 않아 꼭 바랐던 포수보강에 성공했다. 강현우와 포수로 종합적인 능력에서 랭킹 선두를 다툰 준수한 자원이다. 10순위 SK 와이번스는 타격이 뛰어난 포수 전의산(경남고)를 선택했다. SK는 전의산을 3루수로 키울 계획이다.
한 팀 단장은 “1라운드에 포수 3명은 사상 최초다. 그만큼 포수 자원이 좋은데 좌완 투수 유망주들이 많았기 때문에 혼란이 컸다”고 말했다.
역대 2차 지명 1라운드에서 포수가 3명 뽑힌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연고지 고졸우선순위가 폐지된 2000년 이후에도 1라운드 2명(2018년 KT 강백호→지명 후 포지션 변경, NC 김형준)이 가장 많았다. 그만큼 포수 자원에 대한 평가가 높았다. 전통적으로 포수를 중요시하는 두산은 올해 역시 포수가 전체 지명 전략의 첫 번째 키워드였다.
2라운드도 이변이 이어졌다. KT는 12순위로 대졸 내야수 천성호(단국대)를 선택했다. 기동력이 뛰어난 타자지만 대졸 선수로 빨라야 3~4라운드로 전망됐지만 내야 보강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했다. LG는 3라운드에서 시카고 컵스 출신 해외복귀 선수인 내야수 손호영(연천 미라클)을 선택했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고졸 794명, 대졸 276명, 해외복귀 등 그 외 8명까지 1078명이 참가했다. 고졸이 79명, 해외복귀 및 재일교포 선수가 3명, 그리고 대졸 선수가 18명 지명됐다.
두산이 10라운드 전에 99순위로 뽑은 와세다대학 출신 안권수는 재일교포 3세로 눈길을 끌었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교포3세 중 지금도 한국국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매우 성실하다. 이번 지명을 계기로 지금도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재일교포 유망주들이 KBO 문들 두드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들 대신 드래프트에 참가한 아버지 안용치씨는 유창한 한국말로 “아들이 오사카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나 기쁘고 감사할 뿐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탔는데 기적이 일어났다”며 감격해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