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시트’ - ‘봉오동 전투’ - ‘사자’ - ‘나랏말싸미’(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쇼박스·롯데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엑시트’ 840만 ‘봉오동’ 450만
‘나랏말싸미’ ‘사자’ 흥행 부진
6년째 여름 1000만 영화 불발
여름 극장가 한국영화의 흥행 대결이 일단락되고 있다. 제작비 100억 원 규모 대작 4편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8월 극장 관객도 대폭 줄었다. 5년째 계속된 여름 1000만 흥행작은 올해 나오지 않았다.
4파전의 최종 승자는 조정석·임윤아의 ‘엑시트’로 귀결되고 있다. 26일 기준 840만 명을 동원, 올해 한국영화 흥행 3위에도 올랐다. 뒤이어 유해진·류준열의 ‘봉오동 전투’가 손익분기점인 450만 명을 넘기면서 체면을 지킨 반면, 송강호·박해일의 ‘나랏말싸미’와 박서준·안성기의 ‘사자’는 각각 95만·160만 명에 그쳤다.
● 현실 코미디의 힘…‘엑시트’로 증명
여름 4파전의 희비는 ‘얼마나 새로운지’ 그리고 관객에 웃음을 주는 ‘코믹 카타르시스’가 있는지에 따라 갈렸다. ‘엑시트’의 성공이 이를 대변한다. 이상근 감독은 “20대가 처한 현실이 재난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도시 탈출 재난극을 완성했다. 극한의 위기를 기지와 용기로 극복하는 젊은이들의 통쾌한 질주가 관객의 지지를 받았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여름 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코믹 카타르시스를 관객에 준 작품”이라며 “요절복통식 코미디가 아닌 시대와 서민의 애환을 담은 현실적 이야기에 대한 관객의 높은 선호가 올해 초 ‘극한직업’에 이어 ‘엑시트’로 다시 드러났다”고 밝혔다.
반면 ‘사자’는 엑소시즘에 할리우드 히어로 시리즈를 접목하는 과감한 시도에도 정작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나랏말싸미’는 역사에 상상을 더한 팩션 사극의 한계를 드러냈다.
● 8월 극장 관객, 전년대비 ‘-800만 명’
올해 8월 극장을 찾은 관객은 25일 기준 2200만2518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다. 지난해 8월(3025만8275명)과 비교하면 약 800만여 명 적은 수치다. 아직 31일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그 격차를 만회할 작품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2012년(2423만8713명)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7월과 8월 극장가는 한국영화가 흥행을 주도해 온 최대 시장으로 통해왔다. 2014년 ‘명량’부터 지난해 ‘신과함께-인과 연’까지 5년째 어김없이 1000만 흥행작이 나왔지만 올해는 달랐다. 극장 비수기로 분류되는 5월에 개봉한 ‘기생충’과 ‘알라딘’이 연이어 1000만 관객에 성공한 여파 탓에 여름 관객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영향도 있다.
이에 더해 ‘엑시트’가 호평받았지만 장년층까지 흡수하지 못한 데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확산한 반일감정의 ‘수혜’가 예상된 ‘봉오동 전투’가 뜻밖에 화력이 세지 않은 점도 전체적인 관객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7월 한국영화 관객수가 2년째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영화계에 고민을 안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7월 한국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한국영화 관객은 334만 명으로 2008년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7월에도 10년 만에 가장 낮았지만 그마저도 올해는 더 심화됐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