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작가, ‘그림자와 여백’ 강철 사군자 조각전

입력 2019-08-27 1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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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군자를 현대적 안목으로 재해석하는 조각가 김광호 작가의 초대전(23회)이 8월 28일부터 9월 7일까지 장은선 갤러리(서울시 종로구 운니동 19번지)에서 개최된다.

사군자 조각은 자연석과 철의 결합으로 평면에 머물러온 문인화의 한 장르인 사군자를 입체화시킨 작품이다. ‘철(鐵)로 선(線)을 그리다’는 주제로 차갑고 강인한 철과 색채가 공유된 작업이 수묵의 개념 속에서 완성됐다.

김광호 조각가는 사군자와 그림자의 관계를 연구하며 고전미와 현대미의 동시적 표현에서 평면의 그림자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입체 조각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사군자라고 하면 보통 화선지의 수묵화를 떠올리는데, 그런 통념을 깨고 입체로 만들었습니다.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와 부작난도는 입체적인 풍경과 난(蘭)을 평면적인 수묵으로 표현했지만, 저는 그 그림을 다시 입체화시켰죠. 그림을 쪼개고 재구성하는 겁니다. 철을 오려 형태를 만들고 강에 가서는 적절한 돌을 고르고 구멍을 뚫어서 철을 심어요. 난은 줄기 하나하나를 다 떼어서 심었지요. 그렇게 난을 치고 매화를 심습니다.”


사군자를 그리는 것처럼 한 호흡으로 끝낼 순 없다. 조각은 노동이기 때문이다. 돌에 구멍을 내고 철을 자르고 갈고 붙이며 노동의 무념무상을 경험할 뿐이다. 사람들은 그의 발상에 감탄한다. 사군자를 어떻게 이렇게 형상화할 수 있는지를 신기해한다. 새로운 공간에 등장한 상상력 넘치는 조각의 경이로움.

김광호 조각가는 “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이야기한다. 철은 그가 생각하는 전부를 다 표현할 수 있는 매체다. 철은 공간과 평면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으며, 무엇보다 그림자와 가장 닮은 재료이다. 철로 빚은 사군자는 두렵고 싫은 자기 자신을 수용하는 시공을 연다. 공백(Blank)이 아닌 여백(Unmapping)에서 그림자는 온전한 자기 자신을 수용하고 있다. 2019년 김광호 조각의 새로운 사군자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입체 조각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김광호 조각가는 경북대학교 미술과 및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장은선갤러리 외 2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아트페어 및 단체전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K조형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작가는 현재 한국미술협회와 한국조각가협회 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대구조각가협회장을 역임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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