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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는 지난 3년간 대단한 호황이었다. 2016년 처음 800만 관중을 돌파했고 3년 연속 800만 관중을 넘어섰다. 그러나 2017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800만이라는 상징적 숫자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시즌 막바지 순위 경쟁과 날씨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에 따라 예상치인 740만명보다 훨씬 줄어들지도 모를 일이다.
경기장 입장 관중과 함께 리그 흥행의 양대 축으로 볼 수 있는 중계방송 TV시청률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경기장에서 800만 관중이 무너졌다면 TV시청률은 0.9%대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AGB닐슨 조사 결과 25일까지 스포츠전문 케이블 채널의 프로야구 중계 평균 시청률은 0.854%를 기록했다. 10개 구단 체제로 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하루 5경기가 동시에 중계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시청률이다.
KBO리그 TV시청률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1% 이상을 꾸준히 기록했다. 모바일 등 뉴미디어를 통해 야구를 즐기는 팬들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2014년부터 평균 시청률이 1%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2015년 기록한 0.872% 이하로는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0.8% 후반부터 0.9% 후반을 계속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 시청률이 급격히 감소했다. 관중수 하락과 함께 리그 경쟁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8년 KBO리그 평균 시청률은 0.970%였다. 평균 1% 이상을 기록한 채널이 2개나 됐고, 2개 채널이 0.9% 이상을 유지했다.
올해는 단 1개 채널만 평균 1% 이상을 지키고 있다. 0.8%대 채널이 3개, 가장 시청률이 낮은 채널은 0.680%다. 시청률 감소는 중계방송사의 수익에 곧장 영향을 미쳤고, 이는 중계영상의 ‘품질’이 퇴보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각 방송사는 초고속 카메라와 4D입체 영상 등 다양한 중계기술을 선보이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지만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올 시즌에는 현장 카메라 숫자부터 줄이고 있다.
KBO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올해 KBO리그의 TV중계권 계약이 만료된다. 일부 구단에서는 내년부터 비용상의 문제로 전 경기 중계 계약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구단 자체 인터넷 중계나 모바일 중계권사의 중계제작이 가능하지만 모든 경기를 TV에서 생중계로 볼 수 있다는 KBO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사라지게 된다. 관중수와 TV시청률 동반 하락은 KBO리그가 처음 겪는 심각한 위기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선수와 구단, KBO까지 리그 구성원의 지혜를 함께 모아야 할 때다.
#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스트라이크존을 77개의 공으로 나눠 공략했다. 그중 자신이 4할 이상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코스의 공 3.5개를 ‘해피존’이라고 이름 지었다. 타자는 놓쳐서는 안 되는, 반대로 투수는 절대로 피해야 할 해피존은 인생의 축소판인 야구의 철학이 요약된 곳이다.
이경호 스포츠부 차장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