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1년 만에 돌아온 박해미 “눈물로 버틴 1년, 돌아올 곳은 무대더라”

입력 2019-08-30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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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1년 만에 돌아온 박해미 “눈물로 버틴 1년, 돌아올 곳은 무대더라”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박해미는 자신이 총감독으로 있는 뮤지컬 ‘쏘왓’(So What) 제작보고회 이후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예정된 일정은 아니었지만 박해미는 예상이라도 한 듯 미리 카페 하나를 예약해뒀다고 말하며 제작보고회 이후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지난해 8월 전 남편 황민이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면서 그의 차에 타고 있는 박해미의 제자들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었다. 이에 박해미는 황민과 단호하게 이혼을 결심을 했고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모든 작품에서 하차를 하고 교수직도 사임하는 등 모든 일을 중단하며 모습을 감췄다.

고통과 고뇌의 시간을 1년간 보낸 박해미는 “이제는 나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새 출발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꺼냈다.

<이하 박해미와 인터뷰 일문일답>

Q. 1년 만에 돌아왔다. 돌아오기까지 마음을 부단히 다졌을 것 같다.

- 1년 동안 죄인 아닌 죄인으로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았다. 1년간 입은 웃고 있는데 눈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살았다. 그러면서도 내가 할 일은 무대와 감독 이것뿐이더라. 더 이상 늪에 빠지는 것 같은 기분으로 살기엔 내가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작품이 운명적으로 내게 다가와서 하게 됐다. 희한하게 일이 진행할 용기가 생겼다. 즉흥적으로 살았던 삶의 방식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Q. 크고 불행한 사건이었고 이로 인해 보도도 많이 됐다. 오보도 있기도 했고.

- 일일이 대응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언젠간 진실은 밝혀진다고 생각했었다. (그 사건 이후) 떳떳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매몰되지 않고 앞만 보고 가자는 생각이었다. 제 아들들도 마찬가지였다. 1년간 우리끼리도 치열하게 싸우며 살았다. 어쩌겠는가. 서로가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냥 마음을 풀게 놔뒀다.

Q. 배우가 아닌 총감독으로 컴백했다.

- 어렸을 적부터 창작활동에 관심이 많아서 감독도 흥미가 있었다. 단지 배우로 활동을 시작했을 뿐이지 내 관심사는 ‘창작’이었다. 예전만 해도 무대에 있는 배우들만 보면 뛰어가서 나도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요즘은 만드는 재미가 있다. 뮤지컬을 한 이유는 태생적으로 이 장르를 좋아한다. 암전과 음악, 조명이 인 아웃이 되면 심장 박동 수가 높아진다. 이 예술은 내게 거의 종교나 다름이 없다.

Q. 이번 작품은 10대들의 이야기다.

- 과거 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의 제자의 작품으로 올라왔던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이 떠올랐다. 성(性)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기성세대들의 왜곡된 성 의식을 개선하고 지적하기 위해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프랑크 베데킨트 작품 ‘사춘기’를 한국식으로 풀자고 결심했다. 그냥 밀고 나갔다. 제작비가 부족했지만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제작에만 몰두했다. 그 힘으로 버틸 수 있었다. 사실 그 일이 있고 나서 제가 제작한 뮤지컬은 공연이 중단됐고 교수직도 내려놨다. 나의 팔, 다리를 자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1년간 한 푼의 수입도 없었지만 하고자 의욕이 하늘을 찌르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내게 큰 매력이었다.


Q. 곧 배우로도 모습을 비추기도 한다. KBS 2TV 주말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촬영 중이다.

- 드라마에선 악역을 맡았다. 많은 PD들이 제 모습 중 강렬하고 에너지 있는 모습을 좋아하셔서 이번 역할을 맡게 됐다. 뮤지컬도 복귀를 한다. 12월에 개막 예정인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에 참여해 연습을 앞두고 있다.

Q. 지금 머리는 드라마를 위해 색을 바꾼 건가.

- 사실 내가 백발이다. 1년간 염색도 하기가 싫어서 흰머리를 길러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제 대중들 앞에 서는데 지금은 살짝 색을 넣은 것이다. 드라마를 할 때는 가발을 쓰기로 했다. 염색을 안 하니 너무 편하더라.

Q. 이번에 아들인 황성재가 뮤지컬 데뷔를 하게 됐다.

- 아들이 데뷔한다는 기사가 나서 댓글을 보더라. ‘엄마가 배우고 감독이니 데뷔도 한다’는 식의 악플을 보니 좀 걱정을 하더라. 네 운명이라고 생각하라고 했다. 힘들어하더니 지금은 좀 괜찮은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아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 자기 할 것만 하고 쏙 빠지지 않고 지금 소품부터 음향까지 다 챙기며 연습하고 있다. 나는 아들이 배우로만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는데 본인도 나름 큰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

Q. 이번에 캐스팅을 할 때,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 나를 닮아 카리스마가 있다. 예전에 내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본 적이 있는데 선생님이 ‘눈 하나도 꿈쩍 안 하는 대담성을 갖고 있다’고 쓰셨더라. 그런데 내 아들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인다. 배우는 그런 점이 좀 필요하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장악하는 힘이 필요하다.

Q. 이제는 아들이 직업적인 동반자가 될 것 같은데.

- 그렇다. 앞으로 뮤지컬 ‘쏘왓’은 아시아 시장으로도 진출시킬 계획이 있다. 청소년들과 부모님이 성(性)이라는 주제를 회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드라마, 뮤지컬 등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 계속 창작활동도 할 계획이다. 선보일 작품이 많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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