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성민규 신임 단장.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 야구팀은 매주 월요일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자유로운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KBO리그의 여러 소식과 뒷이야기, 다양한 전망까지 브레인스토밍 형식의 대화입니다. 회의실 현장을 날것 그대로 야구팬들에게 전달해드립니다. 9일 야구팀 회의 참석자: 정재우 전문기자, 강산, 장은상, 서다영, 최익래 기자
● 파격? 무리수?
강산(이하 강): 롯데 자이언츠가 성민규 단장을 선임했습니다. 최근 선수 출신 단장 선임이 줄을 잇고 있는데, 물론 성 단장도 ‘선출’이지만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 출신 단장이라는 점에서 파격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성 단장 선임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요. 말 그대로 ‘파격’이었습니까.
정재우(이하 정): 최근 KBO 구단들이 운영팀장 성격의 단장을 선임하는 경향이었는데, 롯데가 한 가지를 추가하려는듯 보입니다. 스카우트 총괄?
서다영(이하 서): 요즘 성 단장 선임을 비롯해 롯데의 크고 작은 움직임이 모두 파격의 연속이라는 시선이 많아요.
장은상(이하 장): 히어로즈와 비슷한 모델로 가는 듯해 그리 파격적인 느낌은 들지 않더군요. 다만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볼때 37세의 ‘나이’는 분명 파격이죠.
최익래(이하 최): 워낙 파격적인 인사 여러 명이 최종 면접까지 진행했는데, 그중에서도 성 단장이 가장 파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 성 단장 선임을 계기로 롯데가 판을 완전히 갈아엎을 기세인데 앞으로가 궁금해지네요.
강: 나이도 파격이네요. 롯데의 이번 카드가 성공하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위험요소도 큰 선택이라고 봤습니다. 일각에선 ‘파격을 위한 파격’이란 평가도 존재합니다.
정: 시즌을 마친 뒤 프런트 조직개편과 인사가 필연적으로 이어질 텐데, 과연 어떤 형태로 판을 짤지가 관심사네요. 현장도 프런트의 대대적 변화에 벌써 촉각을 곤두세우더군요. 히어로즈와 같은 형태로 조직을 새로 만들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장: 젊은 성 단장이 노련한 프런트 실무진과 어떻게 호흡을 맞출지 궁금하긴 하네요.
최: 그동안 노련한 프런트 실무진들은 본사에서 내려온 비야구인 출신 단장들에게 절대적으로 오른팔 역할을 자처했죠. 하지만 성 단장에게도 그럴 수 있을까요.
정: 그리고 이런 파격을 꺼내든 최종 결정권자가 역시 김종인 대표이사였음을 고려하면, 사실 성 단장보다 대표이사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겠죠.
최: 2008~2010시즌 사령탑을 맡았던 제리 로이스터 효과를 또 한 번 기대하는 것 같아요. ‘우리 이렇게 파격적이야. 기대되지?’ 같은 노이즈를 기대하는 느낌이요.
강: 성 단장이 성공을 거두면 스카우트 출신 인사들에게 상당한 동기부여가 될 겁니다. 그래서 더욱 귀추가 주목됩니다. 그나저나 그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롯데 구단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성 단장이 본인이 추구하는 바를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을까요. 그룹 출신의 기존 단장들만큼 파워를 가질 수 있을지에 의문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정: 외국인 감독을 다시 데려오지 않을까 싶어요. 30대 단장과 나이 든 국내 감독의 동행이 롯데에서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장: 요즘 롯데에 특정 입김이 강해졌다는 느낌은 사실 지우기 힘들거든요. 그런데 이 상황에서 MLB 스카우트 출신의 젊은 단장? 정황상 그림이 뻔하긴 하죠.
최: 어찌 보면 단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심플해질 것 같아요. 외인 스카우트와 데이터 활용 쪽으로….
강: MLB의 방식이 무조건 정답은 아닙니다. 그에 따른 괴리감도 무시할 수 없어요. 물론 ‘선진야구’를 접목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KBO리그만의 방식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고 맞춰갈 수 있느냐에 따른 우려는 피할 수 없어요.
정: 롯데가 가장 약한 부분들이죠. 그래서 스카우트와 데이터 활용을 잘할 것으로 기대되는 성 단장을 임명하지 않았나 싶어요.
스포츠동아DB
● 기대요소와 불안요소
강: 롯데가 성 단장을 선임한 진짜 배경은 무엇일까요. 선임을 발표하며 ‘활발한 출루에 기반한 도전적 공격야구’를 모토로 내걸었는데, 성 단장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만.
정: 데이터야구는 대세니까요. 다만 메이저리그와 KBO리그는 판 자체가 달라요.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빼드는 격이 될 수도 있어요.
최: 성 단장과 오랫동안 알아온 인사들을 취재해 보니 ‘확실히 강성인 사람이라 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쪽박일 것’이라고들 이야기하더라고요.
정: 롯데의 리빌딩 또는 리모델링이 힘든 게 홈팬들의 열정 때문일 수도 있어요. 늘 현장도 홈팬들의 열화 같은 성원에 오히려 부담을 많이 느껴왔는데, 프런트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강: ‘모 아니면 도’의 결과를 예상하는 시선이 지배적입니다. 그렇다면 성 단장 체제의 롯데에 기대되는 부분과 우려되는 부분을 하나씩 꼽아보죠.
장: 기대되는 부분은 역시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이고, 우려되는 부분은 ‘잡음’이죠. 잘못하면 위아래로 치일 수도 있는 게 지금 단장의 현실적인 상황이라고 봅니다.
정: 롯데가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뭔가를 시작했다는 점이 기대되고, 우려되는 부분은 ‘원맨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이네요.
강: 성 단장이 MLB 스타일의 운영방식을 팀에 잘 녹이면 그야말로 혁신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포수만 보강하면 선수 자원도 나쁘지 않아요. 다만 프런트와 불협화음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의 상황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봅니다. 극단적으로 갈릴 수 있는 롯데의 선택입니다. 롯데 프런트 인사들이 그동안 데이터에 대해 무지했던 것도 아니라서 기싸움으로 가면 난감해질 수 있어요.
최: 프로출범 원년부터 버텨온 팀으로서 갖추지 못한 ‘자이언츠 웨이’의 초석을 성 단장이 만들었으면 합니다. 구단의 육성 매뉴얼이 있겠지만, 그 퀄리티는 올 시즌 결과가 말하죠.
정: 시스템의 개혁, 체질개선을 과연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관건인데 롯데 내부에 있다면 다행이고 없다면 영입이 필요합니다. 그 폭과 면면에 따라 진통이 커지겠죠.
최: 우려되는 점은 ‘탱커’가 없다는 점입니다. 성 단장이 거듭 테오 엡스타인 현 컵스 사장과 비교되는데, 엡스타인에게는 잔뼈 굵은 베테랑인 조 매든 감독이 있었죠. 모든 화살을 다 맞아주고 여론에서 뭐라고 하든 ‘마이웨이’를 할 수 있는 탱커였습니다. 성 단장과 함께할 차기 감독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서: 기대되는 점은 롯데가 성 단장을 선임하며 확실한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잘해야 한다는 동기부여도 커지겠죠. 걱정되는 부분은 파격적인 인사에 이어 외부 시선을 의식해 ‘상징성’ 있는 성과에만 몰두하면 안 되겠죠.
강: 현시점에선 누가 감독이 되느냐가 굉장히 중요해 보이네요.
정: 추진력 강한 사장, 개성 강한 단장과 함께할 수 있는 감독감이 누구일지 궁금하네요.
강: 마지막으로 짧게 한줄평 부탁드립니다.
정: 급히 먹는 밥은 체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죠.
최: 로이스터의 프런트 버전급 혁신이 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서: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확실한 방향입니다.
장: 적극적으로 아래위의 의견을 구하시되 ‘바지’는 되지 마시길 바랍니다.
강: 선진야구의 DNA가 롯데에 이식되길 바랍니다.
[스포츠동아 스포츠부 야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