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삼초부터 30년 우정을 쌓은 두산 김승회(왼쪽)와 정재훈 불펜코치. 이들은 올해 선수로, 코치로 첫 우승반지를 꿈꾸고 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승회야!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유독 너랑 나를 엮어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 괜히 ‘감성팔이’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 미안하네. 아무래도 30년 이상 알고 지낸 친구가 한 팀에서 선수와 코치로 있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겠지?
6학년 올라갈 때 네가 역삼초로 전학 왔던 순간이 기억나. 네가 전학 오면서 우리 팀이 확 강해졌던 것 같아. 너랑 내가 투수와 유격수를 번갈아가면서 팀을 이끌었잖아. 비록 중고등학교는 다른 곳으로 진학했지만 사석에서도 따로 보면서 점점 친해졌고. 이제야 말하지만 프로에서 처음부터 빛을 본 네가 내심 부럽기도 했어.
동기일 때도 느꼈지만 코치로서 투수 김승회를 보면 더욱 대단한 것 같아. 17년간 프로에서 뛰면서 선발, 중간, 마무리 모두 소화한 경험이 있는 선수가 불펜에 있다는 건 코치에게 정말 든든하거든.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가 어떤 상황이든 가리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 또, 베테랑으로서 경기에 임하는 태도나 훈련 방법에 ‘김승회만의 것’이 있잖아. 후배들은 그걸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고.
넌 네게 입버릇처럼 코치로 성공하고 있는 것 같아 부럽다고 하지만 난 솔직히 네가 많이 부러워. 우리 나이에 1군에서 뛰는 사례가 거의 없잖아. 그것도 주축 필승조로 활약한다니…. 현역으로 뛰는 동기가 갈수록 사라지는 상황에서 네 존재는 나에게도 큰 힘이 되는 것 같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3년 더 뛰고 멋지게 유니폼을 벗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에는 그런 부러움이 담겨 있다는 거 알아줘.
올해도 커리어 하이에 가까운 성적을 냈지만, 앞으로도 기량이 저하되지는 않을 것 같아. 이건 친구로서의 응원이기도 하면서 코치로서의 바람이 섞인 말이니까 부응해주길 바랄게. 아프지만 않으면 언제까지고 김승회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겠지. 모든 베테랑들의 꿈인 ‘은퇴 시점을 미리 정하고 멋지게 떠나는 것’을 김승회라면 해낼 수 있을 거야.
많은 두산 팬들은 김승회를 떠올리면 우승반지에 대한 염원을 이야기하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난 2015~2016년에 우승반지 두 개를 받았지만 사실 반지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우승의 현장에 없었으니까. 너는 나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올해 내 친구가 당당히 우승반지를 낀다면 나 역시 너만큼 뭉클할 것 같다. 고지가 멀지 않았다. 힘내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