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아닌 최고’ 두산 오재원의 드라마틱 반전스토리

입력 2019-10-26 19: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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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렸다. 2회초 2사 2루 두산 오재원이 역전 1타점 적시타를 치고 1루에서 환호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두산 베어스 오재원(34)의 올해 정규시즌은 데뷔 후 최악이나 다름없었다. 98경기에 출장해 타율 0.164(177타수29안타), 3홈런, 18타점, 출루율 0.267의 성적은 본연의 모습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수비와 주루에서 어떻게든 힘을 보태려 노력했지만, 타격감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은 데다 주장의 책임감까지 더해지니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막판인 9월 20일에는 왼쪽 무릎 십자인대 염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가을야구 엔트리 합류 여부조차 불확실했다. 그러나 팀이 기적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면서 충분한 휴식일이 주어졌고, 치료를 순조롭게 끝낸 오재원은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리며 실전감각 회복에 힘썼다.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 앞서 훈련을 지휘하던 두산 김태형 감독도 “이제 몸 상태는 100%다. 수비 위주의 라인업을 짤 때는 오재원이 들어간다”고 힘을 실어줬다. 한창 부진했던 정규시즌에도 수비와 주루 등 디테일을 살리는 데 힘썼던 공을 김 감독이 모를 리 없었다.

정규시즌 내내 참아왔던 울분을 KS에서 폭발했다. 23일 2차전에서 승리의 발판을 놓은 2루타를 터트린 것을 시작으로 3차전까지 5타수2안타(타율 0.400)를 기록했고,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4차전에선 10회 결승득점 포함 5타수3안타3타점1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1-9 승리를 이끌었다. 5회 2사 만루에서 2타점 적시타, 10회초 결승 득점의 발판이 된 2루타 모두 천금과 같았다.

특유의 강렬한 세리머니는 살아있었고, 수비에서도 기민한 움직임을 뽐내며 벤치의 믿음에 완벽하게 보답했다. 당연히 4차전 데일리 MVP는 그의 몫이었다. 이번 KS에서 오재원은 단순한 수비 강화 카드가 아닌, 공수 양면에서 탁월한 선택이 됐다.

이로써 두산은 시리즈 전적 4전승을 기록하며 2016시즌 이후 3시즌만의 통합우승에 입을 맞췄다. 지난 2시즌 연속 KS에 오르고도 우승 트로피를 내줘야 했던 아쉬움도 단번에 씻어냈다. 넘치는 열정을 잠시 감춰뒀던 오재원의 2019시즌 마무리는 분명 해피엔딩이었다. 무엇보다 김 감독이 강조하는 ‘팀 베어스’라는 기조를 고려하면 오재원의 2019년은 최악이 아닌 최고였다. 우승 확정 직후 만난 김 감독의 한마디가 모든 것을 설명했어. “난 (오재원이) 잘할 줄 알았어.”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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