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블랙머니’ 조진웅 “흥행 실패 곱씹으며 데이터화, 파일명=배우일지”

입력 2019-11-13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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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블랙머니’ 조진웅 “흥행 실패 곱씹으며 데이터화, 파일명=배우일지”

배우 조진웅이 연이은 흥행 실패를 곱씹으며 ‘헛고생’을 하지 않기 위한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조진웅은 “가슴으로 많이 울었다. 그럼에도 수확이 있다면, 흥행 실패 데이터가 만들어졌다는 데 있다. 매순간 쓰진 않지만 ‘배우일지’라는 파일로 정리를 해놓는다”며 “이번 ‘블랙머니’의 경우,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기억이 날 정도로 작업 하면서 든 여러 생각을 습작했다”고 말했다.

“‘광대들:풍문조작단’ ‘퍼펙트맨’, 상업영화이고 스코어에 연연해야하는 작품이에요.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그럼에도 수확이 있다면, 흥행 실패 데이터가 생겼다는 것이에요. 다음에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한! 더 냉정하게 말하면, 저의 노력에 비해 헛고생이었다는 데이터도 갖고 있죠. ‘배우일지’라는 파일명이 있어요. 매번 쓰진 않지만 유독 씬이 안 풀렸던 날, 독특했던 날 등을 메모해 놓죠. 올해는 그런 데이터가 많이 남은 해였습니다.”


영화 ‘블랙머니'는 IMF 이후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소재를 바탕으로 극화한 영화다. 석궁 테러 사건을 영화화한 ‘부러진 화살’을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입증, 대한민국 사회의 이면을 꾸준히 조명해온 정지영 감독이 함께 했다. 조진웅은 거침없이 직진하는 서울지검 막프로 양민혁 검사 역을 맡았다.

조진웅은 “12세 관람가다. 조기 교육이 가능한 영화이고,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20대부터는 꼭 봐야하는 작품”이라며 “재미뿐만 아니라 의미 있게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당당하게 작품을 소개했다.

“흥행을 떠나서 우리들이 봐야 하는 이야기예요. 어떤 사회 현장을 보면서 ‘‘블랙머니’ 이야기 아니야?‘라고 코 베어가지 않도록 하는 기능적인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지성인들인데 경제 권력자들이 국민들을 속일 수 있었다는 것이 괘씸하잖아요.”


평소 정치,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배우 중 한 명이기에 ‘블랙머니’ 제안을 받고 고민하지 않았을 줄 알았다. 그러나 조진웅은 “아니다. 시나리오 제목이 대놓고 ‘모피아’였다. 경제 관련 이야기라 내용이 잘 안 들어오더라. 솔직히 시나리오가 그림자도 없이 직진만 해서 재미없었다”며 “그런데 감독님이 참 사람이 좋더라. (웃음) 내가 언제는 흥행할 것 같은 작품에만 출연했었나. 감독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비화를 추억했다.

“시나리오에 비해 완성된 영화는 살이 붙어서 재미있어졌어요. 연기, 연출을 따지기 전에 지향점에 정확히 도달했다는 점에서 안심했죠. 우리의 임무는 일단 완수한 것이니까요. 말미에 등장하는 공개 시위 장면을 찍을 때는 광대로서 스스로 간만에 공연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즐거웠어요. 대본을 보면서도 ‘진짜? 이게 뭐야?’라는 반응이 대다수였죠. 픽션인줄 알았는데 실화였던 거예요. 실제로 감독님이 모피아 바로 밑에 있는 관계자들을 인터뷰했는데 그들조차 ‘정권 바뀌어도 우리가 경제를 움직인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요.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아는 것이죠. 그 이야기를 듣고 섬뜩했어요.”


또 경제 용어가 많지만, 조진웅이 분한 양민혁 검사는 관객과 시선을 함께 하는 인물이기에 따로 공부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물어보는 입장이었다. ‘BIS가 뭐예요?’ 등등”이라며 “양민혁이 경제에 대해선 잘 모를지언정 이성적으로 사건을 예의주시한다. 서서히 객관화시키며 ‘나만 바라봐’ 식으로 몰입도를 끌어올리다가 그가 프레임 밖으로 나갔을 때 관객들의 감정만 남게 된다”고 역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돈’은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만 있으면 되는 것”이라며 “영화해서는 돈 못 번다. 난 늘 전세살이다. 주변에 100억 원 이상 버는 사람들을 보니까 오히려 피곤하게 살더라. 그렇게까지 벌 필요는 없어 보인다. 밥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정도만 있으면 된다”고 ‘머니’의 의미를 덧붙였다.

“친구들에게 ‘네 친구가 조진웅인데 영화 보고 후기 남길 때 ‘재밌어’ ‘재미없어’라고만 하지 마라. 최소한 세 문장 이상으로 이야기해라‘고 해요. 그런데 ‘블랙머니’를 본 이후에는 아무 말 안 해도 됩니다. 하나의 자료가 될 영화잖아요.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이야기니까요. 예술 영화와는 다른 결이고 미화시킬 필요도 없는 영화죠.”

‘블랙머니’는 13일 개봉.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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