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 글러브 낀 SK 고종욱 “수비 좋아졌단 말 들어야죠”

입력 2019-11-21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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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고종욱.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 외야수 고종욱(30)은 비 시즌동안 내야 글러브와 동고동락할 계획이다. 외야 글러브보다 짧아 다루기가 까다로운 내야 글러브로 포구 훈련을 하면서 수비력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트릴 작정이다.

고종욱에게 2019시즌은 확실한 변곡점이 됐다. 트레이드 이적의 아픔과 함께 시즌을 출발했지만 개인 한 시즌 최다 137경기에 출장해 타율 0.323을 기록하며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역시 커리어 최다인 31도루를 챙기며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성과도 따랐다. “새로운 팀에 와서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컸고, 조금씩이라도 더 하려고 했다. 정말 신인처럼 야구를 했다”고 돌아본 그는 “내년에는 개인 기록도 조금씩 올려보려 한다. 계속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최우선 목표는 수비 강화다. 올 시즌 실책이 단 3개에 불과하지만 스스로 수비 보완에 대한 갈증이 있다. 때마침 정수성 코치가 호주 캔버라로 마무리 캠프를 떠나기 전 고종욱에게 숙제를 줬다. 매일 수비 훈련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정 코치에게 보내는 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 코치가 피드백을 보내오면 해당 매뉴얼대로 훈련을 이어간다. 안정적으로 포구하고, 땅볼을 처리하는 기본기 연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신 익숙한 외야 글러브가 아니라 내야 글러브를 쓴다.

“새 시즌에는 수비를 좀 더 많이 나가고 싶다”는 고종욱은 올 시즌 좌익수로 278타석(타율 0.317), 지명타자로 219타석(타율 0.340)을 소화했다. 그는 “내야 글러브로 수비를 힘들게 연습해두면 나중에 외야 글러브로도 편하게 수비를 할 수 있다”며 “스프링캠프 막바지가 되어야 외야 글러브를 다시 낄 것 같다. 정 코치님이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아울러 “‘쟤는 원래 수비를 못 한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 수비력이 갑자기 좋아질 수는 없지만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만족은 없다. 이적 첫 해인 2019년과 마찬가지로 2020년 역시 ‘기회’라고 여긴다. “주전 한자리를 꿰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한 고종욱은 “남들이 한 번 할 것을 두 번 해야 한다”며 “이제 몸이 아니라 머리로 야구를 해야 할 나이다. 노하우를 활용해 머리로 승부하는 야구를 하겠다”고 힘 줘 말했다. 아울러 “올 시즌에 대한 만족도는 70~80% 정도다. 2~3년 안에 100%로 만족스러운 시즌을 만들고 싶다”며 “SK에 온 이후로 ‘유니폼을 입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앞으로도 후회 없이 야구를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새 시즌에는 익숙한 등번호 53번을 달고 뛸 생각이다. SK 합류 당시에는 트레이드 맞상대인 김동엽의 38번을 그대로 받아썼다. 하지만 프로 데뷔 후 줄곧 53번만을 사용했던 고종욱은 다시 이 번호를 쓰고 싶은 마음이 크다. 대신 한 시즌 만에 등번호를 바꾸는 데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담아 개인적으로 특별한 이벤트를 기획 중이다. 고종욱은 “이미 내 유니폼을 사주신 분들도 있다. 모두에게 드리지는 못하지만 새 등번호에 맞춰 자비로 유니폼을 53개 구매해서 사인을 담아 선물해 드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익숙함과 변화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고종욱은 “빨리 새 시즌이 시작됐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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