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자살 장면’ 가이드라인, 안방에선 ‘무용지물’

입력 2019-11-23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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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자극적인 자살 묘사를 방지하고자 ‘영상콘텐츠 자살 장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안방극장에서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제작진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상콘텐츠 자살 장면 가이드라인’은 9월5일 신설됐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가 한국방송작가협회와 함께 4개월에 걸쳐 제작했다.

가이드라인은 △자살 방법과 도구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자살을 문제 해결 수단으로 제시하거나 미화하지 않으며 △동반자살이나 살해 후 자살과 같은 장면을 지양해야 하고 △청소년의 자살 장면은 더 주의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한국의 자살률 증가가 미디어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더욱 힘을 얻었다. 통계청은 ‘2018년 사망원인통계’를 발표하며 “자살이 가장 많이 증가한 작년 1, 3, 7월에 모두 유명인 자살 사건이 있었다”고 자살 보도와 묘사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지 2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안방극장에서는 공공연히 자살을 드라마 소재로 활용하고 있어 비판의 시선이 제기된다.

9월28일 시작해 방송 중인 KBS 2TV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사풀인풀)이 대표적이다. 드라마는 주인공이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남자가 죽고 홀로 살아남아 겪는 이야기다. 자살을 드라마 캐릭터들이 만나는 ‘악연’의 고리로 활용한 방식에 시청자들은 “지나치게 자극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0월17일과 26일 각각 종영한 ‘우아한 가’와 ‘황금정원’ 또한 악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장면을 내보내 자살을 해결 수단으로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을 얻었다.

일각에서는 가이드라인이 강제성 없는 권고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이를 ‘참고용’으로 활용하지만 이를 기준삼아 처벌 등을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22일 “방송가의 자율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앞서 2004년 3차례 개정한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언론계에 안착한 사례가 있어 이번 가이드라인도 빠른 시일 내에 방송가에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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