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2013년 12월 1일 K리그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입력 2019-11-28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포츠동아DB

날짜는 역사다. 숫자는 상징이다. 3·1이나 8·15, 6·25가 전하는 의미는 명확하다. 그 정도로 엄청나지는 않지만 K리그에도 회자되는 날짜가 있다. 달력 마지막 장의 첫날인 12월 1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2013년 12월 1일이다. 6년 전 그 날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대개 찬바람이 거세지면 우승팀이 결정되는데, 그 날도 울산문수경기장에선 트로피의 주인을 찾고 있었다.

울산 현대의 우승이 유력했다. 경기 전까지 승점 73으로 1위였다. 상대는 2위 포항 스틸러스였다. 승점 차는 단 2점. 울산은 비기기만해도 8년 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상대전적에서도 2승1무로 월등했다. 다만, 최고의 시즌을 보내던 김신욱과 외국인 하피냐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게 마음에 걸렸다.

경기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이었다. 하지만 골문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기심이 후반 추가시간 4분을 알리는 신호판을 들 때까지 ‘0’의 행진은 계속됐다. 무승부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렇다면 우승은 울산이었다. 모두들 들뜬 마음에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스포츠동아DB


바로 그 순간 경기장은 요동쳤다. 일은 번개처럼 벌어졌다. 포항 김원일의 오른발 슛이 울산 골문을 휘저었다. 포항의 1-0 승리. 환호와 눈물이 교차했다. 포항은 드라마 같은 기적을 완성했고, 울산은 넋을 잃었다. 포항은 FA컵과 함께 ‘더블’을 기록했고, 울산은 빈손이었다. K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역전 우승은 그렇게 12월 1일과 함께 우리의 기억 속에 새겨졌다.

2019년 12월 1일, 이번에도 주어는 울산이다. 리그 선두이면서 우승이 유력하다. 2위 전북 현대에 승점 3점 앞서 있다. 앞선 라운드에서 조기 우승을 확정하지 못한 게 아쉬울 법하지만 그래도 우승 문턱을 밟고 섰다. 마지막 경기에서 최소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다. 6년 전처럼 최종전이고, 상대는 얄궂게도 또 포항이다. 게다가 장소도 홈이다. 그렇게 12·1은 기억의 저편에서 다시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동해안 더비’로 불리는 울산과 포항은 매년 으르렁거리며 싸웠다. 최근엔 울산이 조금 앞서는 듯 했다. 2016년 1승1무1패, 2017년 2승1무에 이어 지난 시즌도 3승1패로 우위였다. 하지만 올핸 포항의 반격이 거셌다. 울산은 1승2패로 뒤졌다. 복수의 칼이 여러 곳을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팬들은 흥미진진하다. 이런 찡한 스토리를 등에 업고서 경기장을 찾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두근거림은 더해진다. 평소보다 더 뜨거운 응원의 박수도 약속했다.

울산 김도훈 감독. 스포츠동아DB


운명 앞에 선 감독은 속이 탄다. 6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한다. 울산 김도훈 감독은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일축하면서 “미래를 향해 달려가겠다”고 했다. 울산 선수들도 간절하다. 오직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포항 김기동 감독도 ‘유종의 미’를 가슴에 품었다. 우승의 제물이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최후의 일전이다. 지옥 아니면 천당, 둘 중 하나다. 울산이 6년 전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정상에 설 수 있을까. 다시 한번 12월 1일이 주목받고 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