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까지 바뀐 신정락, “체인지업 완성도 높이겠다”

입력 2019-12-10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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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신정락. 스포츠동아DB

2019시즌 한화 이글스 마운드는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총체적으로 부실했다. 외국인 원투펀치 워윅 서폴드와 채드 벨이 역투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발진의 평균자책점(ERA)은 4.87로 전체 9위에 그쳤다. 지난해 정규시즌 3위 돌풍의 버팀목이었던 불펜은 아예 모래성처럼 변했다. ERA를 기준으로 지난해 1위(4.28)에서 올해 꼴찌(4.74)로 추락했다. 마운드 재건이 한화의 지상과제다.

사이드암스로 신정락(32)을 눈여겨볼 만하다. 7월말 베테랑 우완투수 송은범과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LG 트윈스에서 옮겨왔다. LG 유니폼을 입고는 23경기에서 1승1패4홀드, ERA 9.47로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러나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에는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21경기에서 4승1홀드, ERA 3.16이다.

환골탈태한 신정락에 대해 한화 구단 관계자들은 흐뭇함을 감추지 못한다. 한용덕 감독은 “우리 팀에 잘 맞는 투수”라며 “성격이 좀 내성적이던데, 오히려 우리 팀과는 잘 맞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정락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내 생각에도 한화랑 잘 맞는 것 같다. LG에선 부상이 많았다. 또 성적에 대한 부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내려놓고 와서 그런 것인지, 다른 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 다들 ‘얼굴 괜찮아졌다’고 말한다”며 “감독님 말씀대로 낯도 좀 가리는 성격이다”고 인정했다.

새 팀 적응 과정에선 코칭스태프와 더불어 선배 투수 안영명(35)의 도움이 컸다. 신정락은 “금세 두루두루 친해졌다. (안)영명이 형이 잘 챙겨줬다”며 “(새 동료들과) 어울릴 기회를 마련해주고, 뭐든 있으면 같이 하자고 권해준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감독님과 정민태 투수코치님은 ‘자신감을 가지라’고 주문하시고, 평상시 장난도 많이 걸어주신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편해졌고, ‘멘탈을 좀 강하게 만들라’는 당부를 자꾸 떠올리다 보니 점점 나아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예민한 성격 때문인지 과거에는 팔 높이를 놓고도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한화로 이적한 뒤에는 개의치 않고 볼을 던질 수 있었다. 신정락은 “(투구 시) 팔이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서 낮추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올려서 던지니까 훨씬 낫네’라며 그대로 던지라고 하셨다.

그 때부터 팔 높이에 신경을 안 썼다”며 “원래 감독님들은 사이드암투수가 팔을 높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투구 폼과 메커니즘을 놓고 정해진 틀을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 또한 그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내년 시즌 신정락은 선발로 전환할 수도 있다. 그는 “감독님이 나를 선발로 생각하고 계신다는 말씀을 한 번 해주셨다. 선발과 불펜은 체력적으로 차이가 크다. 아무래도 심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선발이 편하다”며 “하지만 스프링캠프 때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내년 시즌 팀 마운드에 보탬이 되려면 준비할 게 많다. 그는 “한화에 와서 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직구, 커브만 던졌다. 다른 변화구를 던지려고 시도는 해봤지만 실전에선 던지지 않았다”며 “정민태 코치님이 ‘직구, 커브 외에 하나쯤 더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고, 포수가 한 번씩 체인지업 사인을 낼 때 던졌더니 결과가 좋았다. 타이밍을 빼앗고 빗맞은 타구를 유도할 때 체인지업이 유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속이 128~130㎞ 정도다. 정민태 코치님 말씀대로 더 느린 체인지업을 만들고 싶다. 제구도 완벽하진 않아서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며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털어놓았다.

고려대 에이스로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으로 LG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장밋빛 미래만이 펼쳐질 듯했다. 그리고 내년이면 어느덧 프로 11년차의 베테랑이 된다. 싱정락이 한화에서 만들어나갈 미래는 환하게 바뀐 표정만큼이나 희망적인 시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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