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공연] 죽음이 또 다른 생명으로…그 경계선에 선 사람들

입력 2019-12-19 18: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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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우란문화재단

●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리뷰

새벽 5시 50분. 혹한의 겨울날씨에 파도를 타며 살고 있다는 것을 만끽했던 젊은 청년들이 집으로 가던 중 비극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다. 3명 중 2명은 경미한 부상이지만 뒷자리에 앉아있던 ‘시몽 랭브르’는 머리가 자동차 앞 유리에 세게 부딪히며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 병원으로 실려 온 ‘시몽’은 병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거친 후 ‘뇌사’ 판정을 받게 되고 장기이식의 단계까지 오게 된다.

현대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모노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우란문화재단과 프로젝트그룹 일다의 공동기획으로 제작됐다. 이 작품은 2017년 몰리에르 1인극상을 수상했고 프랑스 각지를 포함해서 스위스, 미국, 스페인, 라틴아메리카 등 해외 투어가 진행되고 있다.

19세 청년의 심장이 50세 여성의 몸에 이식되는 24시간의 과정을 그린 이 모노극은 마치 한 편의 의학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장기적출과 이식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의학적으로 세세하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평소 의학드라마를 즐겨보는 이들이라면 더 흥미롭게 볼 수 있기도 하다.

사진제공=우란문화재단


또한 사고와 별개로 파도타기를 즐겨하고 누군가를 좋아해 심장이 쿵쾅거렸던 사람이었음을 조금씩 보여주며 그가 단순히 좋은 장기를 갖고 있는 자가 아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아있는 사람이었음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죽음을 다룬 이야기지만 ‘신파’ 따위는 없다. 민새롬 연출은 삶과 죽음 사이에 있어야만 하는 자들의 감정을 담담한 절제가 담긴 문체로 담아냈다.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16명의 인물을 100분이라는 시간 안에 연기하는 윤나무는 캐릭터 분석을 확실히 하며 어떤 인물을 연기하고 있는지 관객들에게 정확하게 표현한다. 무대 위에 유일하게 놓인 것은 책상 하나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연기하는 윤나무의 연기력은 출중하다. 죽음을 선고하는 외과의사, 장기 적출을 권유하는 이식 코디네이터, 연락을 받고 수혜자를 찾는 장기이식센터, 그리고 심장을 받을 환자의 전문의 등 생명과 죽음 사이의 경계선에 선 자들의 모습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차별화해 연기함으로 때로는 웃음을 주고 진지함을 던진다.

심장을 이식하는 이야기인 만큼 ‘사운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극 초반 내레이션과 함께 울리는 심장 박동소리를 비롯해 파도소리, 신호음 그리고 음악들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며 극의 생생함을 더한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21일까지 우란2경에서 공연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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