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의 진심이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
23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에서는 살얼음판 같은 사립고등학교에서 자신만의 생존전략을 터득한 새내기 교사 고하늘(서현진 분)의 ‘단짠’ 성장기가 그려졌다. 학생들을 위해 교과 파트너 김이분(조선주 분)과의 동맹을 선언한 고하늘의 진심은 따뜻한 공감을 선사했다. 여기에 치열한 입시 전쟁의 선봉에 선 진학부의 고군분투와 그 속에 녹아들기 시작한 고하늘의 모습도 시청자들을 극에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고하늘은 도연우(하준 분)의 도움으로 막무가내 김이분의 행동에 맞설 준비를 했다. 바로 자기 자신만의 수업콘텐츠를 만드는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업이 아닌 자신만이 가능한 스토리텔링 수업자료는 천하의 김이분도 함부로 도용하기는 어려웠다. 고하늘의 바뀐 수업 방식은 학생들에게도 큰 호응을 받았지만, 그 사실을 몰랐던 김이분은 고하늘을 불러 호되게 꾸짖었다.
뻔뻔한 김이분의 태도에 고하늘은 화가 났지만, 이 힘겨루기에서 피해를 볼 ‘학생’들을 생각하며 지는 싸움을 택했다. 고하늘은 학부모 공개수업 대상자인 김이분에게 함께 자료를 보완하여, 수업에 활용하라고 먼저 제안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도연우는 고하늘에게 “이러면 김이분 선생님이 더 만만하게 볼 것”이라고 했지만, 고하늘은 “우선순위가 뭔지 생각해봤을 뿐입니다”라고 답하며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했다.
학부모 공개수업 날이 다가오고, 고하늘은 김이분의 특급 도우미를 자처했다. 함께 자료를 만든 것은 물론, 공개수업을 위해 자신의 시간표까지 변경한 고하늘. 이 모습을 본 주변 선생님들은 “김이분이가 빨대 제대로 꽂았다”는 반응이었고, 진학부장 박성순(라미란 분)과 도연우 역시 못마땅하게 지켜봤다.
예상대로 공개수업의 모든 공은 김이분에게 돌아갔지만, 학교에는 생각지도 못한 변화가 일어났다. 김이분이 ‘고하늘 바라기’가 된 것. 먼저 나서서 수업자료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 물심양면으로 고하늘을 살뜰히 챙기기에 나서는 김이분의 변화는 훈훈함을 자아냈다.
한편, 치열한 대학 입시 전쟁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맡은 진학부에게도 다이내믹한 하루가 펼쳐졌다. 주변 사립고 교장 모임에 나간 변성주(김홍파 분) 교장에게 진학률과 관련해 특별지시를 받은 박성순은 지인 찬스를 이용해 대학교 입학사정관(이하 입사관)을 학교로 초청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학교를 찾은 입사관은 초보였고, 그들이 입사관으로부터 알아내려던 알짜배기 정보를 알기란 어려웠다. 좌절한 진학부는 대학교 입학처로 출장, 즉 직접 ‘영업’을 뛰기로 결심했다. 이에 배명수(이창훈 분)가 고하늘을 따로 불러 함께 가자고 제안하며, 진학부의 일원으로 성장해 나갈 고하늘의 모습에 기대감을 더했다.
‘학생’들을 먼저 생각하는 고하늘과 박성순의 모습은 진한 울림을 선사했다. 고하늘은 도연우가 전해준 비법대로 김이분과의 관계 변화를 시도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도연우와 김이분은 교직 사회에서 힘의 균형추가 같았지만, 기간제 교사인 고하늘은 그 힘이 유독 약하다는 것.
고하늘과 김이분의 힘겨루기는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 간의 미묘한 서열 관계를 보여주며 씁쓸한 현실을 비췄다. 또한, 그 속에서 자신의 부당함보다 성적을 걱정하던 ‘학생’들을 먼저 떠올린 고하늘의 진심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자신이 하는 일은 ‘학생들과 학부모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라면서도, 거액을 받고 학원에 간 동료 선생을 ‘배신자’라고 부르던 박성순. 그는 대학 입시에서 ‘영업’ 뛰는 것 역시 변칙임을 알면서도 학생을 먼저 생각했다.
비록 명품 가방이 아닌 짝퉁 가방을 들고, 정작 자신의 자녀 입시에는 신경을 못 쓰는 워킹맘이지만 학생들을 위한 속 깊은 사명감은 묵직한 감동을 자아냈다. 여기에 학부모 공개수업과 주변 학교들의 인기에 전전긍긍하는 다이내믹한 학교의 일상도 극의 재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기간제 채용 비리 글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교무부장 문수호(정해균 분)가 작성자에 대한 단서에 다가가며 긴장감을 한층 증폭시켰다.
사진제공=tvN ‘블랙독’ 3회 방송 캡처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