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신시컴퍼니
창현 거리노래방 나갔다가 레전드 찍어
유튜브 채널 ‘감미롬’ 직접 제작, 새로운 도전
“역대급, 아니 레전드!”.
이 레전드 출연자의 정체는 뮤지컬배우 지새롬. ‘지새롬’이란 이름을 들은 시청자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어쩐지 …”와 “지새롬이 가요를 이렇게 잘 불렀어?”다.
지새롬 배우는 요즘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아이다에 출연 중이다. 벌써 세 번째 시즌이다. 뮤지컬, 특히 아이다와 같은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한번 막을 올리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가까이 공연되기도 하는데 이를 ‘한 시즌’으로 친다.
지새롬 배우처럼 세 시즌이나 한 작품, 한 역할을 맡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오디션장의 심사위원, 제작 스태프는 물론 관객이 모두 인정해야 가능하다.
디즈니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아이다 라이선스 공연을 스톱하겠다고 선언했다. 지금 공연되는 아이다가 더욱 각별한 이유다. ‘아이다의 신스틸러’로 불리는 지새롬 배우의 연기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 아이다와 벌써 세 번째 시즌이로군요. 아무래도 이번은 좀 더 각별할 것 같습니다.
- ‘마지막’이라는 말이 아무래도 서운하게 들립니다.
- 엄밀히 말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 온 아이다 버전이 한국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 더 이상 공연되지 않는다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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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새롬 배우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아쉬운 마음이 클 것 같습니다. 연습할 때라든지 분장실 분위기는 어떤가요. 지금까지 시즌과는 조금 다를 것 같기도 합니다만.
- 그랬던 아이다의 분장실 분위기가 이번엔 달라졌다는 말씀?
- 지새롬 배우가 맡은 네헤브카란 인물은 연약한 것 같으면서도 더 없이 강한 여성인 것 같습니다. 어떤 네헤브카를 보여주고 싶었나요.
“네헤브카는 아이다의 베스트 프랜드죠. 이집트에 노예로 끌려오기 전까지 최측근이자 동고동락하던 사이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네헤브카를 연약하지만 그 안에 강함이 들어 있는, 그런 캐릭터라고 말씀하세요. 제가 생각한 네헤브카도 그렇고요. 외국 연출가, 안무가의 디렉션도 비슷합니다. ‘네헤브카는 노래 소절에서도 연약하지 않다’, ‘누구보다 강한 정신력을 가진 친구다’라는 거죠. 그래서 한 치의 흔들림없이, 더 강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한 치도 물러서서는 안 된다고. 저도 그 안에서 어떻게 보여드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저만의 색깔로 녹여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 혹시 네헤브카와 실제의 지새롬이란 사람은 겹치는 부분이 있을까요.
- 이번 아이다는 마지막이라는 의미에서 지금까지보다 오디션이 훨씬 치열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새롬 배우는 오디션 때마다 해외 연출이 늘 그렇게 칭찬, 아니 극찬을 한다고 하던데요. ‘틀림없이 큰 배우가 될 것이다’라는 예언까지 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기에 이런 극찬을 했을까요.
- 오디션을 볼 때 해외 심사위원들 눈에 하트 뿅뿅이 느껴지시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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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새롬 네헤브카는 아이다의 신스틸러’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어떤 장면에서 신스틸러로 등극하게 되신 건가요.
“나라를 빼앗긴 상태에서 아이다가 다시 결심을 하죠. 부족하지만 너희와 함께 가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그 전 장면에서 아이다는 라다메스와 사랑을 나누고, 아버지가 잡혀갔다는 얘기를 듣게 돼요. 그러자 누비아 사람들이 몰려와서 아이다에게 묻습니다. 포기하지 말자. 이 아픔을 견디고 이겨내서 나라를 되찾고 말 거야. 이러면서 부르는 노래죠. 우리 한국인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더 감동이 큰 것 같아요.”
- 뮤지컬 배우 분들은 다 노래를 잘 하시지만, 지새롬 배우는 정말 잘 하시는 배우죠. 그동안 지새롬 배우의 노래실력을 뮤지컬 무대나 갈라콘서트 같은 곳에서, 혜택 받은 일부 사람들만 확인할 수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요즘은 아무나 다 알고 있는 것 같더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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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 유튜브 채널인 창현 거리노래방은 어떻게 해서 나가게 되신 건가요. 설마 ‘뮤지컬 배우의 진짜 실력을 보여 주마’하고 나가신 건 아니겠죠?
“시기적으로 공연 연습 들어가기 전이라 시간적으로 여유도 좀 있었고. 2주 정도 고민하다가 용기를 냈죠. 김범수의 ‘끝사랑’, 박정현 ‘꿈에’, 이선희 ‘그 중에 그대를 만나’, 윤하버전의 ‘서쪽하늘(이승철)’ 등 총 7곡을 불렀습니다.”
- 창현 거리노래방 사상 ‘역대급’, ‘레전드’ 소리를 들으셨습니다. 그런데 보신 분들께서 의상얘기도 많이 하시더군요.
- 유튜브 영상을 보니 어쩐지 무대보다 더 떨릴 것 같더군요.
- 주변에서 동료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반응이 궁금합니다.
- 말이 나온 김에 지새롬 배우의 개인 유튜브 채널도 있지 않나요.
-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보자?
- 촬영, 편집도 직접 하시나요.
- 유튜브 채널 이름이 참 예쁘네요. 감미롬.
- 다시 아이다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계속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나중에 아이다를 또 하게 된다면, 그리고 주연으로 캐스팅이 된다면 지새롬 배우는 아이다입니까, 암네리스입니까. 어느 쪽에 더 매력을 느끼시나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제가 앞서 두 시즌 할 때에는 암네리스 커버였어요. 암네리스 노래가 워낙 어렵죠. 짧지만 임팩트 있고 강력한 노래라 많이 어려웠어요. 심신이 약해 떨기도 떨었고(웃음). 암네리스는 텐션이 높아야 하는데 제가 평소 차분한 편이거든요. 로우 텐션입니다. 암네리스는 인간 내면이 성숙되어가는 과정이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감사하게도 아이다 커버를 맡고 있어요. 아이다를 분석하고 공부하던 중에 느낀 건데, 아이다가 성격은 나랑 딱 맞는 거예요. 차분하고 강인한 이미지죠. 대신 아이다는 할 게 너무 많아요. 두 캐릭터는 확실한 매력을 지니고 있죠.”
- 그러고 보니 양쪽을 다 준비한 ‘준비된 아이다, 암네리스’셨군요.
- 2013년, 2016년, 2019년. 세 시즌 연속 아이다 출연입니다. 아이다만 300회 넘게 출연을 하셨죠. 엄청난 자기관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늘 100%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게 있을까요.
“아! 300회. 잊고 살았어요(웃음). 배우들이 아이다 공연 시즌에 들어가면 체력 소모가 많다보니 병원을 자주 갑니다. 침 맞고 수액, 비타민 투입하고. 특히 아이다는 겨울에 많이 하거든요. 감기가 제일 무섭죠. 걸리면 기본적으로 2~3주는 가니까. 그래서 감기에 안 걸리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저도 이제 서른 막 넘었는데요. 비타민, 보조제를 더 챙겨먹게 되더라고요.(웃음)”
- 주로 먹는 걸로 관리를 하시는군요.
- 아무리 그래도 위기가 없지는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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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뮤지컬 삼총사로 데뷔하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느덧 9년차 배우시네요. 어떻게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우고, 데뷔하게 되었는지.
“제가 통영여고를 다녔어요. 통영은 국제음악제로 유명한 도시이기도 하죠. 소극장 축제가 열렸는데 부산에서도 많은 분들 오셔서 공연했죠. 학교에서 단관을 갔는데 배우들 연기를 보면서 이상하게 끌리더라고요. 어려워 보이지만 나도 저 무대에 서면 왠지 잘 할 거 같더라고요(웃음). 집에 와서 ‘엄마 나 뮤지컬 할래’하고 졸랐어요. 입시준비하기엔 늦은 상태였는데, 부랴부랴 서울에 있는 학원을 알아보고, 방학이 되면 올라와서 배우고. 그렇게 해서 다행히 대학에 합격했어요.”
- 어느 인터뷰를 보니까 ‘좋은 배우는 눈으로 말하는 배우’라고 하신 걸 본 기억이 납니다. 알 듯 모를 듯한 얘기였는데요. 눈으로 말하는 배우는 어떤 배우일까요.
그 말은 확실히 멋졌다. “그럼 지금부터 5초간 눈으로 말해 주세요”하고 농담 삼아 요청해 보았는데 지새롬 배우는 “정말로 해요?”하더니 자세를 고쳐 잡았다.
뮤지컬 아리랑의 ‘애이불비’를 눈빛으로 연기해 보이겠다고 했다. 애이불비는 속으로는 슬프지만, 겉으로는 슬퍼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쯤 되니 당황하게 되는 것은 오히려 기자 쪽이다. 설렁탕 먹다가 국물 좀 더 달라고 했더니 도가니탕 한 그릇이 서비스로 나온 기분이다.
뮤지컬 한 걸음만 내디뎌온 지 9년. 2019년은 유튜브가 있어 생기가 넘쳤고 활력이 더 했다. 유튜브라는 이름의 새로운 물결은 2020년 과연 그를 어디로 데려다 줄까.
지새롬 배우의 2020년 한 해를 축복하며, 미리 만들어둔 주문을 외워보기로 했다.
더욱 새로워져라,
더욱 감미로워져라.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 지새롬 배우와의 인터뷰 영상은 네이버TV, 유튜브의 ‘공소남TV’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