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1986년·2002년 월드컵 영웅들이 그려갈 2020년 K리그

입력 2020-01-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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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감독 김남일-경남FC 감독 설기현-FC서울 감독 최용수-인천 감독 유상철(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한국축구사의 변곡점 중 하나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이다. 1954년 대회 출전 이후 실패를 거듭하던 한국축구는 무려 32년 만에 세계무대를 밟았다. 비록 조별리그(1무2패)에서 탈락했지만 강호 아르헨티나(1-3 패) 이탈리아(2-3 패) 불가리아(1-1 무)를 상대로 태극전사 특유의 근성을 보여준 무대였다. 당시 주축 멤버는 차범근을 비롯해 조광래, 허정무, 최순호, 김종부, 박창선 등이었는데, 이들은 요즘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낸 뒤 1990년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이들 대부분은 선수와 감독 모두 탄탄대로를 걸은 복 받은 세대였다.

# 1986년 멤버 상당수는 현장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축구인도 있다. K리그1(1부) 대구FC 조광래 대표이사가 대표적이다. 프로구단과 국가대표팀을 지도한 그는 2014년 가을 시민구단 대구를 맡아 번듯한 구단으로 키워냈다. 선수 출신이 행정가로 성공하는 게 쉽지 않지만 그는 달랐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강력한 추진력이 돋보인다. 지난해 새 축구장(DGB대구은행파크)을 건설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그 덕분에 경기력과 흥행 모두를 잡았다. 대구는 이젠 표가 없어서 못 팔정도로 달라졌다. 조 대표는 선수와 지도자에 이어 행정가로서도 화려한 이력을 써가고 있다.

# 올해 또 한명의 1986년 멤버가 주목 받고 있다. 조 대표와 연세대 74학번 동기인 허정무 하나금융축구단 이사장이다. K리그2(2부) 대전시티즌을 인수한 하나금융축구단은 4일 창단식을 갖고 새롭게 태어나는데, 그 중심에 허 이사장이 자리한다. 그도 성공한 축구인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을 지휘했고, 포항과 전남, 인천에서 감독을 했으며,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에서도 부회장(부총재)으로 축구발전에 힘을 보탰다. 현장으로 돌아온 그가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 2002년 한·일월드컵은 일대 사건이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한국대표팀은 4강 진출이라는 상상조차 못한 기적을 만들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은 성적만큼이나 스타들도 많이 탄생했다. 주장 홍명보를 비롯해 황선홍, 박지성, 이영표, 유상철, 안정환, 최용수, 김남일, 설기현 등이 스타덤에 올랐다. 그야말로 황금세대였다. 모두가 현역에서 물러난 가운데 홍명보와 황선홍, 최용수, 유상철, 윤정환, 최진철 등은 이미 국가대표팀 또는 K리그 감독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했다.

# 2002년 멤버 중 어린 축에 속한 이들도 이제 감독 반열에 올랐다. 올해 눈여겨볼 인물은 성남FC(1부) 김남일 감독과 경남FC(2부) 설기현 감독이다. 선수로서 정점을 찍은 이들이 프로팀 사령탑으로 데뷔한다. 현역에서 물러난 뒤 차곡차곡 코치수업을 쌓은 김 감독은 1부에서 선배인 FC서울 최용수 감독,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과 생존경쟁을 벌여야한다. 김 감독은 ‘가장 이기고 싶은 팀’으로 ‘서울’을 지목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설기현 또한 준비된 지도자다. 현역 은퇴 이후 성균관대 감독과 성남 전력강화실장을 역임하다 경남 감독으로 발탁됐다. 기다려지는 또 한명이 있다. 2002년 멤버 중 맏형인 황선홍은 하나금융축구단에서 재기를 노린다. K리그에서 2차례 우승(포항, 서울)을 한 그는 지난해 옌볜 푸더(중국)를 맡았지만 팀 해체로 아픔을 겪었다.

# 지난해 K리그는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 순위경쟁은 압권이었다. 그 덕분에 관중은 폭발했다. 올핸 얘깃거리가 더 풍성하다. 다양한 스토리는 팬들의 관심을 끄는 자극제다. 발판은 마련된 셈이다.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다같이 신바람 나는 K리그를 만들어 가야한다. 새해 첫 날, 벌써부터 개막이 기다려진다.

최현길 전문기자·체육학 박사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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