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재원. 스포츠동아DB
두산은 22일 “프리에이전트(FA) 오재원과 3년간 최대 19억 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세부조건은 계약금 4억 원, 연봉 3억 원, 인센티브 6억 원이다.
오재원은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특유의 팀 컬러인 ‘허슬 두’를 상징하는 인물로 꼽힌다. 1군 데뷔 첫해인 2007년부터 2019년까지 두산 유니폼만 입었고, 이 기간에 1423경기 타율 0.270(4065타수1099안타), 59홈런, 485타점, 276도루의 성적을 거뒀다. 2011시즌 도루 부문 타이틀(46도루)을 차지했고, 2018시즌에는 132경기 타율 0.313, 15홈런, 81타점, 15도루의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문제는 2019 정규시즌이었다. FA를 앞둔 시즌에 98경기 타율 0.164(177타수29안타), 3홈런, 18타점의 그야말로 처참한 성적을 냈다.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KS) 4경기에서 10타수5안타(타율 0.500), 3타점의 맹활약으로 팀의 통합우승에 기여했지만, 정규시즌 부진이 워낙 심해 FA 계약에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 3년 최대 19억 원(보장액 13억 원)은 분명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액수다.
●디테일의 강자
그러나 두산 구단의 생각은 달랐다. 김태룡 단장은 지난 12월 초부터 “오재원은 향후 3년간 내야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선수”라고 했다. 실제로 오재원은 지난해 극도의 타격 부진에 허덕일 때도 수비와 주루 등 디테일에서 큰 힘을 보탰다. 더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타격이 살아나면 그만큼 활용도가 커진다는 의미다. 6억 원의 적지 않은 인센티브를 포함한 이유다. 오재원이 계약도 미뤄둔 채 미국에서 훈련에 매진한 것도 그래서다.
구단 고위관계자는 “본인의 의지가 굉장히 강했다. 계약금과 연봉은 다운됐지만, 2019시즌 기록이 좋지 않았기에 인센티브를 추가했다. 인센티브는 주전으로 뛰며 잘했을 때의 성적을 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덕아웃 리더의 가치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덕아웃 리더의 가치는 오재원에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만큼 두산에게는 프랜차이즈라는 상징성이 큰 선수다. 무형의 가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태형 감독이 오재원의 계약 공식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2020시즌 주장은 오재원”이라고 공표할 정도였다.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서도 팀에 도움을 주는 매력적인 선수라는 증거다. 구단 관계자는 “주장이자 덕아웃 리더, 프랜차이즈 선수로서 역할에도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오재원은 “기쁘다. 주장으로서 올해도 책임감을 갖고 후배들을 이끌겠다”며 “개인 성적도 끌어올려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재원이 두산에 잔류하면서 미계약 FA는 김태균과 손승락(이상 38), 고효준(37), 오주원(35) 4명만 남게됐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