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산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중간 숙주 가능성 제기

입력 2020-02-08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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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멸종위기 포유류인 천산갑을 거쳐 사람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중국 대학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화난농업대학 연구진은 7일 “야생동물한테서 추출한 1000개 샘플을 검사한 결과, 천산갑에서 나온 균주 샘플과 확진 환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게놈 서열이 99%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예방과 통제에 큰 의미가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천산갑은 멸종위기종이지만 중국 등에서는 고가에 밀거래되고 있다. 고기나 비늘 등이 보양에 좋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 밀렵이 끊이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는 자연 숙주인 박쥐에서 발원한 뒤 중간 매개체를 통해 인간한테 옮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연구진이 지목한 천산갑은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지만 중국 등에서는 고가에 대량으로 밀거래되고 있다. 천산갑의 고기나 비늘 등은 중의학 재료로도 쓰인다.

가오푸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연구팀은 지난달 22일 연구 보고서에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는 박쥐일 수 있다”며 “다만 박쥐와 인간 사이에는 알려지지 않은 중간 매개체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우한 폐렴 진원지로 지목된 화난시장에서는 천산갑, 악어, 고슴도치, 사슴 등 각종 야생동물이 판매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실험의 샘플이 화난시장에서 나온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대학 측은 천산갑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과학자들은 이번 발표에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전자 분석에 기초한 결과가 그럴듯해 보이긴 하지만, 중국 연구진의 논문이 아직 완전히 발표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수의학과의 제임스 우드는 로이터통신에 연구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 보도자료 외에 이번 바이러스 발병에 천산갑이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는 발표되지 않았다”며 “이건 과학적인 증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호주 시드니대학의 바이러스 전문가 에드워드 홈스는 “흥미로운 관찰”이라며 “좀 더 자세히 확인할 필요가 있긴 하지만, 다른 자료에서도 천산갑이 2019-nCoV(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를 운반한다는 결과가 있어서 말이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나타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현재까지 중국에서만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감염시키며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사망자 수는 630명이 넘는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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