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태균이 1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 차려진 팀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김태균은 2019년 127경기에서 타율 0.305, 6홈런, 6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77을 기록했다. 2001년부터 2017년까지 OPS 0.9 밑으로 떨어져본 적이 없던 김태균은 2018년(0.834)과 2019년(0.777) 차례로 하락세를 보였다. 두 자릿수 홈런 고지를 넘기지 못한 것도 2002년 이후 17년 만이었다.
1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김태균은 “지난해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장타나 타점의 감소 때문이 아니었다. 과정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가 좋았을 리 없다는 스스로 평가다. 김태균은 “타석에서 내 맘에 드는 스윙이나 스타일을 보이지 못했다. 투수를 상대해 게임을 풀어가는 부분에서 해왔던 것들이 무너졌다. 그러니 성적이 안 나왔다”고 돌아봤다.
가장 큰 아쉬움은 해결사로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찬스를 즐기던 모습은 사라졌고 공포가 그 자리를 채웠다. KBO리그 역대 최고의 우타자 중 한명이 득점권 상황을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태균은 “성적이 안 좋으면 누구나 찬스에서 위축된다. 천하의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그걸 극복해가면서 성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그걸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 더 와 닿았다”고 자책했다.
아쉬움 가득한 시즌 후 맞이한 프리에이전트(FA) 자격. 김태균은 1년 총액 10억 원에 한화와 도장을 찍었다. 구단의 다년계약을 고사한 뒤 1년 계약을 역 제안했다. 베테랑들에게 보기 드문 사례다. 자신을 향한 떨어진 신뢰, 그리고 믿음을 회복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신선한 자극이 필요했던 김태균이 스스로 던진 승부수였다.
목표는 모두가 알던 김태균으로 돌아가는 것. 키워드는 야구를 다시 즐기는 것이다. 한국나이로 마흔 살에 접어든 KBO리그 최고의 베테랑인 김태균은 지난해 야구인생 최초로 출근길이 싫었다고. 낯설었던 2019년을 힘겹게 마무리한 만큼 그라운드에서 다시 웃을 생각만 하고 있다.
“학생 때부터 야구장에 있으면 즐거웠다. 하지만 지난해 어느 순간부터 야구장에 가는 게 싫어졌다. 지난해 내 모습을 납득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다. 야구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즐거우면 훈련, 경기 준비, 경기 과정 등 모든 게 즐겁다. 반대로 출근길부터 발걸음이 무거우면 모든 퍼포먼스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야구를 즐기지 못하는 내 자신에게 스트레스가 정말 많았다. 올해는 다른 거 없다. 야구장에서 즐기고 싶다. 지금 스프링캠프가 즐거워서 정말 좋다.”
김태균의 목표는 오직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이를 위해서는 야구를 즐기는 김태균이 필요하다. 김태균은 애리조나에서 미소를 되찾았다.
피오리아(미 애리조나주)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