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챔피언’ 전북-요코하마, 기대와 달랐던 왕좌의 게임

입력 2020-02-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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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의 조별예선경기에서 전북 조규성이 요코하마 수비수를 제치며 돌파하고 있다. 전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리그1 챔피언 전북 현대의 2020시즌 목표는 명확하다. 2006·2016년에 이은 통산 세 번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평정이다. 최근 중국 우한에서 발병해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여파로 뒤숭숭한 분위기이지만 전북은 묵묵히 4년 만의 아시아 클럽 정상 탈환을 향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전북은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와의 대회 조별리그 홈 1차전을 시작으로 장기 레이스에 돌입했다. 전북에서의 2년차를 맞이한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은 “좋은 기억만 떠올리며 미래를 그려가겠다. 우린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다부진 의지를 드러냈고, 이동국과 김보경 등 베테랑들은 한목소리로 “ACL에 최대한 힘을 쏟아붓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우승은 쉽지 않다. 처음부터 가시밭길이다. 특히 전북이 속한 H조가 치열하다. 불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요코하마에 전북은 1-2로 무릎을 꿇어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했다. 승자승 원칙이 적용되는 ACL에서 패배는 치명적이다. 심지어 다용도 미드필더 손준호와 오른쪽 풀백 이용이 경고누적으로 퇴장, 풀 전력으로 2차전을 준비할 수 없게 됐다.

요코하마는 2004년 이후 15년 만인 지난해 J리그를 제패한 챔피언으로 2014년 이후 6년 만에 ACL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 경기는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의 충돌로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전북의 모기업은 현대자동차, 요코하마는 닛산자동차의 지원을 받는다.
다른 경쟁 팀들도 만만치 않다. 시드니FC(호주) 역시 2018~2019시즌 A리그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뒤 2019년 그랜드 파이널 타이틀을 거머쥐며 ACL 본선에 직행했다. 상하이 상강(중국)은 슈퍼리그 3위로 동아시아 지역 플레이오프(PO)를 거쳤음에도 전력이 막강하다. 2018시즌 슈퍼리그 챔피언이다. AFC가 H조를 ‘죽음의 그룹’으로 꼽은 이유다.

더욱이 전북에게 상하이는 썩 유쾌한 상대가 아니다.

구원이 있다. 지난해 6월 26일 끝난 ACL 16강 홈 2차전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전북이 무릎을 꿇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라이스 감독은 이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을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앞선 FA컵에서도 전북은 조기 탈락하며 하반기부터는 정규리그에 올인하게 됐다.

AFC는 이후 모라이스 감독에게 ‘1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내렸고, 이 여파로 이날 요코하마와의 첫 경기를 벤치 대신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했다. 제자들과 참모들만 외로운 전장에 출격시키고 9명이 싸워 안타까운 패배로 긴 시즌을 시작한 모라이스 감독의 마음이 결코 편할 리 없었다.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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