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독과점 NO…모든 영화에게 기회를”

입력 2020-02-2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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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안성기·정우성(왼쪽부터) 등 톱스타들이 스크린 독과점을 막고 대기업의 영화 배급·상영 겸업을 제한하며 독립·예술영화 지원 제도화 등을 요구하는 1325명의 ‘영화인’ 서명에 동참했다. 스포츠동아DB

■ “‘포스트 봉준호법’ 도입” 배우·영화인 1325명 한 목소리

영화산업 구조 개선 법제화 서명
조진웅·안성기 등 톱배우들 앞장
독립영화 전용관 등 내용도 담겨

“정정당당하게 기회를 나누는 영화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배우 조진웅이 스크린 독과점을 막고 독립·예술영화도 지원하는 한국영화 다양성 확보 필요성에 목소리를 보탰다. 영화계가 추진하는 이른바 ‘포스트 봉준호법’ 도입에 공감하면서다. 그 뿐만 아니다. 안성기, 정우성, 설경구·송윤아 부부, 김의성, 엄정화, 이선균, 박성웅, 변요한 등 184명의 배우가 영화산업 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1325명의 ‘영화인’ 서명에 동참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불공정 환경을 바로잡고 싶다는 움직임의 시작이다.


● “스크린 독과점, 이제 법으로 막자”

한국영화 관계자들이 ‘영화산업 구조개선 법제화 준비모임’(준비모임)을 결성, 영화관계자 서명 운동을 통해 최근 이른바 ‘포스트 봉준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준비모임은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금지 ▲대기업의 영화 배급업·상영업 겸업 제한 ▲독립·예술영화 및 전용관 지원 제도화 등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투자배급사를 계열사로 둔 CJ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개 멀티플렉스가 국내 전체 극장의 97%를 차지하면서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한다는 비판이다. 또 ‘어벤져스’ 시리즈나 ‘겨울왕국2’처럼 한 편의 영화가 전국 상영관의 70∼80%를 차지하는 스크린 독과점 상황이 반복되면서 전체 산업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준비모임 측은 “영화인들의 바람을 각 정당에 전달해 당론 채택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21대 국회에서 요구 사항이 반드시 법제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서명운동은 17일부터 25일 정오까지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비롯해 세계영화사를 새롭게 쓴 뒤 ‘새로운 봉준호’, ‘또 다른 기생충’이 나올 수 있는 건강한 환경을 만들자는 데 공감하며 임권택, 정지영 등 한국영화 대표 감독들과 배우, 제작자 및 스태프 등 모두 1325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포스트 봉준호법’에 이름을 내준 봉준호 감독도 19일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요즘 젊은 감독들이 모험적인 작품을 시도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며 공감하기도 했다.


● 배우들 “공정 경쟁의 결과를 보고 싶다”

직간접적으로 독과점 피해를 경험한 영화관계자들, 특히 배우들도 이번 서명에 대거 참여했다.

조진웅은 지난해 11월 주연영화 ‘블랙머니’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독과점 피해를 직접 겪은 탓인지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당시 ‘블랙머니’와 일주일 차이로 개봉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의 상영점유율이 무려 73%까지 치솟아 거센 비판과 논란을 촉발했다.

조진웅은 “관객이 ‘큰(예산) 영화다’, ‘작은 영화다’라는 선입견을 갖고 그로 인해 큰 영화가 작은 영화보다 관객을 더 모으는 것을 당연한 결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영화이든 공정한 관객의 심판에 따라 올바른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우 김상경 역시 “관객에게 영화 관람의 자유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강동원은 “(요구 사항에)전부 동의하진 않지만,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서명한다”면서 “화이팅!”이라고 덧붙여 공감을 표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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