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변수가 너무 많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이제 감독의 전쟁 시작

입력 2020-03-26 09: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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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다우디. 스포츠동아DB

조기종료로 2019~2020시즌을 허무하게 끝낸 V리그가 서둘러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시즌은 경기를 하는 선수들의 몫이다. “이제부터는 감독들의 전쟁”이라는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의 말처럼 비 시즌의 팀 퍼즐 맞추기는 온전히 감독의 역량이다. 새 시즌을 앞둔 변수가 너무 많다. 특히나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는 외국인선수를 어떻게 할지가 불확실하다.

예정대로라면 5월3일부터 체코의 트라이아웃에서 선수를 선발하면 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예측이 쉽지 않다. 유럽은 코로나가 한창 번지고 있다. 방역의 모범사례인 우리와는 달리 심각하다. 26일 현재 24만명 감염, 사망자는 1만4000명이다. 이탈리아는 이제 코로나19가 정점에 들어간다는 보도도 나왔다. 유럽연합(EU)은 17일부터 한 달간 외국인의 입국을 막아버렸다. EU국가 안에서의 출입도 자유롭지 않다.

다행히 체코는 대한민국에서 오는 항공기의 금지를 26일 해제했다. 코로나19 위험국가에서도 제외했다. 현지의 현대자동차 공장이 체코의 경제에 중요하기에 나온 조치다.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아직 체코에서의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이 확실하다고는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배구연맹(KOVO)도 다양한 경우의 수를 준비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체코에서의 트라이아웃이 어렵다면 영상만 보고 선발하는 방안을 구단에 제시했다. 국내에서 개최할 수도 있지만 외국인선수 참가여부가 확실하지 않다. 현재 우리의 방역기준이라면 트라이아웃 참가 외국인선수들도 2주간의 자가격리를 거쳐야 한다. 이 기간 동안에 참가자들에게 들어갈 비용이 만만치 않다. 자가격리를 거부해서 오지 않겠다는 선수도 나올 수 있다.

정부당국과 협의해 참가선수들이 조기에 간이검사를 받은 뒤 음성판정이 나온 선수만 참여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만일 트라이아웃이 해외나 국내 모두에서 실시가 어렵다면 한시적으로 자유계약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극단적인 방법이지만 외국인선수 없이 다음 시즌을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의견통일이다. 이번 시즌 조기종료 논의 때도 그랬지만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얽히면 조정이 쉽지 않다. 다가올 시즌의 성적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성적이 어느 정도 판가름 났던 상황에서 했던 시즌종료 결정 때보다도 더 협의가 어려울 것이다. 구단별로 출발점이 다르다. 남자부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여자부 KGC인삼공사 GS칼텍스 흥국생명 등은 새로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별로라고 판단하면 기존 선수들과 다음 시즌도 함께 할 생각이다. 자유계약 전환이나 외국인선수 없이 하자는 주장에는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OK저축은행 요스바니. 스포츠동아DB


또 다른 변수는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는 선수의 숫자와 질이다. 남자는 의외로 많은 선수가 신청했다. 50명 가까이 된다. 요스바니, 바로티 등 V리그 팬들에게 친숙한 이름들도 있다. 이 밖에 국제무대에서 유명한 선수들도 꽤 많이 신청했다. 어느 전문가는 “역대급으로 좋은 외국인선수가 많이 참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유가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앞으로 전 세계의 스포츠시장은 불황이 예상된다.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나빠져서 스포츠로 흘러갈 돈이 줄어들 것이다. 유럽리그의 많은 팀들이 자금난 때문에 해체될 확률도 높다. 선수와 에이전트들도 이것을 잘 안다. 그래서 훨씬 안전한 V리그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V리그는 시즌 조기종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선수의 연봉을 깎지 않았다. 임금체불 사례도 없었다. 코로나19와의 방역전쟁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여러 면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좋은 선수들이 V리그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잘하는 외국인선수가 많이 참가하면 기존의 외국인선수들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이 얘기는 남자부에 한정된다. 여자부는 정반대다. 아직 20명도 채우지 못했다. 참가선수 숫자도 그렇지만 선수들의 수준도 아직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벌써부터 어느 구단은 떠날 때 감정이 좋지 못했던 외국인선수에게조차 여운을 남겨두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정말로 원하는 선수가 없다면 다시 뽑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많기에 시즌이 끝났지만 감독들에게는 고민거리가 쌓여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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