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내민 선수협, 환영한 연맹…선수 임금 문제 합의 이뤄내야

입력 2020-04-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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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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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중단된 건 3월 초순이다. 한달 사이 논의된 재개 시점만도 수차례다. 하지만 모두 공염불이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6월 재개도 불투명하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등 유럽 주요리그 모두가 비슷한 처지다.

축구가 멈추면서 각 리그는 재정적인 어려움에 부닥쳤다. 경기가 없으니 관중 수입은 당연히 제로다. 스폰서 계약도 흔들린다. 막대한 TV 중계권료 환불까지도 거론된다. 이런 탓에 스포츠산업 전체가 타격을 입고 있다. 자구책 마련을 위해 나온 게 선수단 임금 삭감이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해외 구단들은 삭감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런 분위기가 K리그에도 스며들었다. 구단 대부분이 모기업과 지자체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기가 급속도로 가라앉고 있어 K리그도 불안하다. K리그는 아직 개막을 못했다. 더 힘든 건 개막 시기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선수 연봉을 마음대로 깎을 수는 없다. 계약은 계약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과 일부 구단 임직원이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로 했지만 아직 선수 임금과 관련된 논의는 없었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연봉 삭감 등을 놓고 공식적으로 논의해 보자고 제안했다. 선수협은 “리그와 구단이 존재해야 선수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기에 연맹과 구단, 선수협이 하루빨리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축구선수협회 및 회원국은 지난달 26일과 이달 2일 두 차례 긴급 화상회의를 개최하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선수의 계약 안정성이 위협 받는 경우 단체협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발표했다. 특히 연봉 삭감이 불가피한 경우 리그 및 구단은 반드시 선수협과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권고했다. 이 경우 구단의 실질적인 재정 손실에 대한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연봉 삭감 비율 및 적용 기간 등에 대해 논의하도록 조언했다.

최근 연맹은 코로나19에 따른 손실액을 제시했다. 올해 K리그 전체의 매출 손실이 약 57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3719억원)의 15.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개막이 늦어지고 경기 수가 줄어들면 손실액은 더 커진다. 또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구단들이 모기업이나 지자체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추가로 감소돼 상황은 악화된다.

연맹은 선수협 제안을 크게 반겼다. 연맹은 “합리적이면서도 실효성 있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선수협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설 예정이다”고 밝혔다. 양 측은 조만간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관건은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느냐다. “선수 동의 없는 임금 삭감은 곤란하다”는 선수협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면서 K리그가 큰 동요 없이 시즌에 돌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한다. 또 고액 연봉자와 저연봉자가 공존하는 K리그에서 형편이 어려운 선수를 보호할 장치도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구단과 도시민구단, 그리고 K리그1과 K리그2의 사정도 고려해야한다.

선수 임금과 관련해 K리그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K리그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손을 내민 선수협이나 즉각 환영한 연맹의 역할은 막중하다.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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