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vs박병호, ‘거포 1루수 신구 대결’ 성사

입력 2020-04-27 13:38: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T 강백호(왼쪽)-키움 박병호. 스포츠동아DB

“(강)백호에게 1루수를 맡기겠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54)은 2020시즌 개막을 앞두고 꽤나 큰 화젯거리를 만들었다. 2018년 혜성처럼 등장한 괴물 외야수 강백호(21)를 올 시즌 주전 1루수로 기용하겠다는 얘기였다.

정확한 콘택트 능력에 일발장타력까지 갖춘 강백호는 데뷔 2년 만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성장했다. 수비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드러내도 했지만, 그가 가진 공격력만으로도 리그 최고의 외야수로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열린 제2회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 명단만 봐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 강백호를 이 감독은 1루수로 기용하기로 했다. 강백호의 1루수 전환은 생각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토종 거포 1루수의 명맥을 이제 강백호도 이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KBO리그에 화려한 명성을 아로새긴 ‘토종 1루수 전문 자원’으로는 이승엽(은퇴),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김태균(한화 이글스)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역 중에서 최고를 뽑으라면 단연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34)다. 박병호는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정확한 포구와 그 뒤 이어지는 빠른 판단력은 수년째 히어로즈의 1루 자리를 지키는 비결이다. 홈런왕을 수 없이 차지했던 공격력은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강백호가 1루수로 가장 훌륭한 롤모델을 뽑자면 단연 박병호일 것이다. 그러나 둘의 소속이 다른 만큼 올해 토종 1루수 신구 맞대결은 불가피하다. 패기의 강백호와 관록의 박병호가 국내 최고 1루수 자리를 놓고 맞붙게 됐다.

노련함과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는 강백호가 박병호의 현재 기량을 단숨에 따라잡을 수 없다. 그러나 잠재력을 고려하면 박병호보다 얼마든지 더 좋은 1루수로 성장할 수도 있다. 확실한 공격으로 주전이 보장된 만큼, 1루 적응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구팬들 입장에선 올해 둘의 맞대결을 보는 게 여러 흥밋거리 중 하나다. 신구(新舊)인 동시에 최고 좌·우타 1루수 맞대결로도 상징성이 큰 경쟁이기 때문이다. 별 중에 별을 가리는 올스타전이 취소된 것마저 아쉬울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강백호와 박병호의 대결을 기대해본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