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기도 용인 플라자 컨트리클럽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KPGA 자선기부 ‘KPGA 스킨스 게임 2020’이 열렸다. 문경준이 18번홀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한 뒤 이수민과 기뻐하고 있다. 용인|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5월에 재개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달리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여전히 ‘휴업’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대회가 잇달아 취소됐다.7월 2일에야 시즌 개막전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이 열린다. 후원사 확보 등에서 여자골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남자골프의 냉정한 현실이 담겨있다.
KPGA가 1일 경기 용인의 플라자CC 용인에서 개최한 특별 이벤트 ‘KPGA 스킨스 게임 2020’에 많은 관심이 모아진 이유다. 하나금융그룹과 제네시스의 후원을 받은 KPGA는 코로나19 관련 기부금 마련을 위해 대표 스타 4명이 참가하는 2 대 2 스킨스 게임을 마련했다.
지난해 ‘제네시스 대상’ 문경준(38·휴셈)과 ‘제네시스 상금왕’ 이수민(26·스릭슨)이 한 팀을 이뤘고, 2018년 ‘제네시스 상금왕’ 박상현(37·동아제약)과 ‘명출상(까스텔바작 신인상)’ 함정우(26·하나금융그룹)가 호흡을 맞췄다.
문경준은 “KPGA에 소속된 대부분의 선수들이 상금에 의존해 생활한다. 코로나19로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선수들이 많아졌다고 들었다. 사실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힘든 상황”이라면서 “이런 뜻 깊은 대회에 함께 해 감사할 뿐이다. 코로나19가 빨리 극복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상현은 “20년 넘게 고속도로를 달리다 뜻하지 않게 휴게소에 들른 것 같다”면서 코로나19로 처한 어려움을 에둘러 표현한 뒤 “대회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고, 직장 잃은 사람들의 심정을 알 것 같다”며 울컥하기도 했다.
많은 의미가 담긴 뜻 깊은 이벤트, 여기에 골프에 대한 갈증이 더해졌기 때문일까. 네 선수는 모처럼 필드에서 마음껏 우정의 샷 대결을 펼쳤다. 이수민은 첫 홀부터 이글에 성공했고, 함정우는 16번 홀에서 롱퍼트로 짜릿한 버디를 잡은 뒤 파트너인 박상현과 함께 포효하기도 했다.
각 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의 소속팀이 상금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진행된 18홀 플레이에서 문경준-이수민 조는 총 1억 원 중 5600만 원을, 박상현-함정우 조는 4400만 원을 획득했다.
17번 홀까지 문경준-이수민 조가 3600만 원, 박상현-함정우 조가 4400만 원을 챙긴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인 2000만 원이 걸린 18번 홀에서 문경준이 약 8m짜리 역전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승부를 갈랐다. 문경준-이수민은 상금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 구호협회에, 박상현-함정우는 국경없는 의사회 한국지부에 기부키로 했다. 4명은 이와 별개로 희망브리지 전국재해 구호협회에 마스크 2500장도 함께 전달했다.
문경준은 “긴장도 되고 부담도 된 경기였는데 18번 홀에서 잘 마무리해서 기분이 좋다”고 했고, 이수민은 “좋은 취지의 대회라 의미있는 하루를 보냈다”고 돌아봤다. 가장 많은 6스킨을 잡고 MVP에 선정된 박상현은 “이렇게 함께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설레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라운드 내내 유쾌한 모습을 보여준 함정우는 “18번 홀에서 비겨 연장에 갈 줄 알았는데, 역시 (문)경준이 형이 멋있다”며 상대 팀에 진심어린 축하를 전했다.
비록 희비는 갈렸지만, 모두가 승자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