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G 연속 무패부터 상대전적 동률까지…전북, 상암벌에서 챙긴 전리품

입력 2020-06-07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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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이동국(왼쪽) 득점 후 세리머니.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이동국(왼쪽) 득점 후 세리머니.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강호의 힘은 라이벌과 마주했을 때 드러난다. K리그1 디펜딩 챔피언이 맞수에게 발톱을 제대로 휘둘렀다. 이참에 영원히 기를 꺾어버리려는 듯….

전북 현대가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하나원큐 K리그1 2020’ 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4-1 쾌승을 거뒀다. 스코어 1-1에서 맞이한 후반에만 3골을 몰아치는 저력을 과시했다. 4승1패(승점12)가 된 전북은 선두를 유지하며 여유를 얻었다.

2골을 몰아친 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세리머니를 펼친 전북 베테랑 이동국은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불미스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취지를 설명한 뒤 “대량 득점, 대승은 정말 만족스럽다. 시간이 흐를수록 훨씬 좋은 경기를 하리란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

두 팀의 충돌은 ‘전설(전북의 앞 글자+서울의 줄임말) 매치’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아온 K리그 히트상품이다. 특히 2년 전까지 전북을 이끌며 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강으로 도약시킨 최강희 감독(상하이 선화)과 최용수 서울 감독은 숱한 스토리를 양산해왔다.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이 지난해 부임한 뒤 과거의 날선 감정은 많이 무뎌졌어도 선수들은 뜨겁게 부딪히며 그라운드를 달궜다.

이날 대결도 특별했다. 입장은 비슷했다. 앞선 4라운드에서 패배를 안은 터다. 전북은 강원FC 원정, 서울은 성남FC와 홈경기에서 0-1로 졌다. 우승하려면 무조건 피해야 할 연패, 더욱이 오랜 맞수였다.

승리를 향한 마음가짐은 동일했다. 그러나 힘의 차이는 분명했다. 전북은 어떤 상황, 어떤 위치에서나 슛을 시도해 상대를 긴장시킨 반면 서울은 무기력했다. 볼도 쉽게 빼앗겼고, 공간도 계속 열어줬다. 전북은 ‘롱 볼 축구’로 불리는 ‘킥 앤드 러시’와 패싱 게임을 혼용해 홈 팀을 괴롭혔다. 모라이스 감독이 “더 득점 못해 아쉽다”고 말할 만큼 서울에 참담함을 안겼다.

요즘 서울의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광주FC와 홈 개막전(2라운드)에 등장시킨 ‘리얼 돌(성인용품으로 사용되는 인형)’ 사태로 망신을 샀고, 최근에는 코칭스태프가 교체됐다. 홈경기를 앞두고 정기적으로 진행한 미디어데이 행사를 건너뛰면서 정신무장을 독려했지만 많이 부족했다. 최용수 감독은 “오늘의 패배를 결코 잊지 않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전북은 더 이상 서울과의 ‘라이벌 관계’를 부정한다. 2017년 7월이 마지막 패배(1-2)의 기억이다. 이날까지 10경기 연속 무패(8승2무)다. 멀게만 느껴진 역대 전적도 이제 동률(33승25무33패)이 됐다. 다가올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적극 보강을 예고한 전북은 더 강해질 일만 남았고, 서울은 큰 고민을 얻은 하루가 됐다.

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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