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커] 멀고도 험했던 K리그 감독들의 시즌 첫 승

입력 2020-06-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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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축구 경기의 결과는 3가지다. 이기거나 지거나 아니면 비기는 것이다. 이론상으론 대략 3번 중 한번은 축배를 들 것 같지만 그게 꼭 그렇지가 않다. 이길 듯 비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눈 감고 있어도 이길 팀은 이기겠지만 피를 말려도 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특히 시즌 첫 승을 앞두고 애를 태우는 감독을 볼 때면 마음이 짠해진다.

시즌 개막 이후 최다 무승의 불명예 사령탑은 안양 LG(현 FC서울)를 맡았던 박병주 감독이다. 1997년 3월 22일 시작된 K리그에서 정규리그와 컵 대회를 포함해 21경기 동안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안양을 맡은 첫 해였던 박 감독은 좌불안석이었다. 별의별 수를 다 써봤지만 소용없었다. 시즌 첫 승이 나온 건 개막 후 4개월이 흐른 7월 20일 부천 유공(현 제주 유나이티드)전이었다. 22번째 경기에서 1-0으로 겨우 이긴 박 감독은 코치들을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지금도 그 장면은 생생하다.

선수와 지도자뿐 아니라 축구행정가로도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대구FC 조광래 사장도 시즌 첫 승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경남FC 감독이던 2009시즌 초반은 악몽과도 같았다. 3월 8일 개막 이후 11경기 동안(컵 대회 포함) 단 한번도 웃지 못했다. 초반엔 연속 무승부를 하더니 부진이 길어지면서 5연패에 빠졌다. 최하위(6무5패)를 탈출하기 위해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다. 고사를 지냈고, 감독은 사재를 내놓기도 했다. 그런 위기에서 5월 10일 마주한 강원FC를 상대로 귀중한 승리(1-0)를 챙겼다. 12경기 만에 이긴 조 감독은 “정말 목말라했던 첫 승”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울산 현대의 벤치를 지키고 있는 김도훈 감독도 인천 유나이티드를 지휘했던 2016시즌 첫 승이 나오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 인천은 4무7패의 부진 끝에 12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올림픽대표팀 김학범 감독도 첫 승 때문에 괴로웠던 적이 있다. 수석코치로 성남 일화(현 성남FC)의 3연패(2001~2003년)를 주도했고, 감독으로 우승(2006년)까지 했지만 2013년 강원FC 시절엔 수모를 당했다. 개막 이후 10경기(5무5패) 동안 마음고생을 하다 11번째 경기에서 마수걸이 승을 챙긴 그는 “감독이 흔들리면 선수들은 더 흔들린다. 그래서 감추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2020시즌 K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이제 5라운드를 소화했다. 현재까지 승리가 없는 곳은 1부의 인천 유나이티드와 부산 아이파크, 2부의 충남아산 등 3팀이다. 임완섭 감독의 인천은 2무3패로 꼴찌고, 조덕제 감독의 부산은 11위(3무2패)다. 박동혁 감독의 아산은 2무3패로 2부 최하위다.

지금쯤이면 무승부로 놓친 경기가 아깝게 느껴질 것이다. ‘한 발짝만 더 뛸 걸’하는 아쉬움도 생길 것이다. 선수 교체에 대한 반성도 했을 것이다. 모두의 마음이 편치 않은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승리라는 게 마음만 앞선다고 되는 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 떨어진 선수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리고, 스스로도 믿음을 채워 가야한다. 주눅 들지 않고 중심을 딱 잡고 있어야 첫 승도 가능해진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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