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코로나 여파? 역대급 영건 러시, 멘탈 박사의 진단

입력 2020-06-11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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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창모(NC), 최원태(키움), 이영하(두산). 스포츠동아DB

68경기에 선발등판해 24승19패. 10일까지 156경기를 치른 2020시즌, 만 23세 이하 선발투수들이 합작해낸 기록이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역대 최다기록 달성도 노려볼 만하다. 야구 전문가와 심리학 박사는 이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에 따른 결과로 분석한다.

●역대급 영건 전성시대!

2020시즌은 영건 전성시대다. 구창모(23·NC 다이노스)를 시작으로 최원태(23·키움 히어로즈), 이영하(23·두산 베어스), 원태인(20·삼성 라이온즈), 서준원(20·롯데 자이언츠), 소형준(19·KT 위즈) 등 8명의 투수가 벌써 6차례씩 선발로 등판했다.

단순계산으로 이를 720경기 전체로 환산하면 314경기에 등판해 111승을 합작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지금의 기세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반대로 지금 2군에 머물고 있는 다른 투수들이 여기에 가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대 만 23세 선발투수가 가장 많이 등판해 최다승을 합작한 것은 1994년(360경기 126승)이다. 당시 이상훈(LG 트윈스·18승), 정민철(한화 이글스·14승), 주형광(롯데·11승) 등 7명이 10승 고지에 안착한 바 있다.

●입 모은 현장과 이론 전문가…“무관중 효과”

한국야구는 2000년대 중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을 동시에 배출한 뒤 10년 넘게 영건에 목말랐다. 좀처럼 해소되지 않던 갈증이 한 번에 풀려가는 이유는 뭘까. 국내 스포츠심리학 대가로 꼽히며 십수 년째 각종 프로스포츠 구단의 심리자문을 맡아온 한덕현 중앙대 스포츠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1일 “심리학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 경기가 영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경험이 없는 선수들에게 관중의 함성은 낯설다. 이론적으로 데뷔전이 주는 압박감 때문에 자신의 기량을 70~80% 정도 펼칠 수 있다면, 만원관중의 환호 속에선 기량의 30~40% 정도밖에 발휘할 수 없다. 무관중 환경은 젊은 선수들에겐 ‘프레셔-프리(pressure-free)’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뛰어난 영건들의 기량을 빠르게 확인한 게 한국야구에는 축복일 수 있다.” 한 교수의 설명이다.

무관중 환경 속에서 자신의 공에 대한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향후 관중이 입장하더라도 압박을 덜 느낄 수 있다. ‘투수이론 박사’ 이강철 KT 감독의 설명도 비슷하다. 이 감독은 “무관중 환경이 젊은 투수들의 호투에 10~20% 정도는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실력을 가진 선수도 함성 가득한 마운드에 오를 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나 역시 데뷔전에서 포수가 정말 멀게 보였다”고 밝혔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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