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운영”도 안 통했다…한화, 현존 팀 최장 연패 신기록

입력 2020-06-11 2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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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선수단. 스포츠동아DB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대행(47)의 표정은 앞선 두 경기와 달랐다. 고충을 토로하며 비정상적 운영까지 선포했다. 실제로 한국시리즈 7차전을 방불케 하는 운영이 곳곳에 담겨있었다. 그럼에도 연패를 끊진 못했다. 한화는 결국 현존 팀 최장연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한화는 11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0-5로 져 5월 23일 창원 NC 다이노스전부터 이어진 연패의 숫자를 ‘17’까지 늘렸다. 39년 KBO리그 역사상 17연패 이상 당한 팀은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18연패)와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 그리고 올해 한화(이상 17연패)뿐이다. 21년만의 17연패이자 현존 팀 중 최장연패다.

14연패를 당한 7일 한용덕 전 감독의 사퇴로 소방수 역할을 맡은 최 대행은 첫날(8일)부터 파격적으로 주축 선수 10명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는 등 변화의 의지를 드러냈다. “지더라도 즐겨달라”는 주문에서 활기찬 야구에 대한 의지도 묻어났다. 하지만 9, 10일 롯데전의 연이은 패배로 16연패까지 이어지자 최 대행을 비롯한 선수단의 표정은 다시 어두워졌다.

최 대행은 11일 경기 전 “정말 힘들다. 경기 초반 선발이 무너지니 게임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선 비정상적 운영도 될 수 있다. (정)우람이와 이미 이야기를 마쳤다”고 밝혔다. 라인업에서부터 의지가 묻어났다. 김태균을 선발에서 제외했고, 이용규를 3번 타순에 배치했다. 이용규의 3번타자 선발출장은 한화 이적 후 처음이자, KIA 타이거즈 시절인 2010년 8월 18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전 이후 3585일만이었다.

마운드에서도 공격적 운영이 감지됐다. 선발 장민재는 1회 2점을 내줬지만 0-2로 뒤진 3회말 2사까지 추가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때 최 대행은 장민재를 내리고 김범수를 투입했다. 선수단 전체에 전하는 메시지였다. 김범수는 4, 5회 1점씩 내줬지만 구원등판 기준 최다인 65구로 분전했다. 여기에 ‘클로저’ 정우람은 6회말 2사 1·2루서 마운드를 밟았다. 2016년 5월 1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이후 1488일만의 6회 등판이었다.

그러나 타자들이 응답하지 못했다. 한화는 1, 2, 4회초 거듭 1사 만루 기회를 잡았음에도 후속타 불발로 1점도 뽑지 못했다. 경기 초반 한두 점만 따라갔더라도 최 대행의 강수가 더해지며 예측이 어려웠을 경기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짙다.

이제 1경기만 더 지면 KBO리그 불명예 역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12~14일 두산 베어스와 홈 3연전을 치르기 위해 대전으로 발걸음을 옮긴 11일 한화의 밤은 한층 더 어둡기만 했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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