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무릎꿇기·거수경례…‘세리머니 리더’ 이동국

입력 2020-06-14 15: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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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동국(41·전북 현대)의 골 세리머니가 연거푸 화제다. 올 시즌 개막 이후 골을 넣을 때마다 의미 있는 뒤풀이를 선사하며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동국은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K리그1(1부) 6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10분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PK)을 결승골로 성공시키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전북은 FC서울전(4-1승)에 이어 2연승을 기록하며 승점 15(5승1패)로 울산 현대(승점 14)의 추격을 뿌리치고 선두를 지켰다.

이날 전북의 승리와 함께 눈길을 끈 건 이동국의 세리머니다. 인천 수비수 김연수의 핸드볼 반칙으로 얻은 PK를 침착하게 차 넣어 시즌 4호 골을 기록한 이동국은 엔드라인에 서서 오른 손을 이마에 갖다댔다. 거수경례다. 팀 후배 이승기도 함께 했다. 이어 동료들이 모여 있는 벤치 쪽으로 달려가면서 또 한번 거수경례를 했다.

경기장에서 거수경례가 보기 드문 건 아니다. 군 팀에서 자주 나온다. 하지만 이날 이동국의 세리머니는 특별했다. 특히 전북 선수들이 입은 유니폼과도 의미를 같이 해 주목을 받았다.

전북 선수들은 이날 ‘순국선열 헌정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호국보훈의 의미를 되새기고 호국 영령의 뜻을 기리기 위한 이벤트다. 2015년부터 시작해 5년째인 올해는 강인한 이미지의 검정 컬러를 카모플라주(위장) 패턴으로 제작했고, 팀의 상징인 녹색을 포인트로 삽입했다. 또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당시 UN군으로 참전한 16개국과 의료지원을 했던 5개국의 국기를 유니폼 등번호 속에 담았다. 경기 후 이동국은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나라를 지켜주셨던 분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해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팬들이 경기장에 오시지 못하기 때문에 TV를 통해서라도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거수경례엔 순국선열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이동국의 ‘덕분에 챌린지’와 ‘한쪽 무릎꿇기’는 이미 큰 화제를 낳았다. 지난달 수원 삼성과 개막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는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왼손 바닥 위로 오른손 엄지를 올려놓는 덕분에 세리머니로 깊은 울림을 전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개막한 K리그를 전 세계에 알린 세리머니이기도 했다. FC서울과 5라운드에서는 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것은 물론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를 담은 한쪽 무릎 꿇기 세리머니도 호응도 컸다. 자신도 유럽 무대에서 차별을 당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이제 이동국의 골 세리머니는 기쁨의 표현 그 이상이다. 사회적 이슈를 전하는 메시지다. 안정환의 반지, 박지성의 산책, 거스 히딩크 감독의 어퍼컷 등 우리들 기억 속에 뚜렷이 남아 있는 감동 세리머니를 넘어서는 K리그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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