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참패’ 서울, 불투명한 내일이 더 무섭다

입력 2020-06-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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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의 ‘명가’ FC서울이 참담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이은 실책에 부진한 성적까지 겹쳐 구설이 끊이질 않고, 구단 안팎의 분위기 또한 뒤숭숭하다. 특히 뚜렷한 방향이 없는 모습에 축구계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14일 대구FC와 원정경기 도중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서울 최용수 감독의 표정이 어둡다. 이날 서울은 0-6 대패로 각종 불명예 기록을 쏟아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통의 명가’ FC서울이 역대 최악의 참패로 무너졌다.

서울은 14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0’ 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0-6으로 대패했다. 최근 3연패와 함께 2승4패(승점6)가 된 서울은 9위로 추락했다.

서울은 불명예스러운 각종 기록도 썼다. 6골차 패배는 구단 창단 이후 최다 점수차 패배 타이다. 럭키금성 시절인 1987년 포항제철에, 안양LG 시절인 1997년 부천SK에 각각 1-7로 무릎을 꿇었던 서울은 23년 만에 쓰라린 아픔을 반복했다. 특히 2013년 K리그 승강제 도입 이후 1부 구단 최다 실점이다. 서울은 2015년 4월 라이벌 수원 삼성에 1-5로 패한 바 있지만 6실점은 처음이다. 또 K리그1 사상 최초로 2개 자책골(박주영·정현철)을 기록했다. 승강제 이전인 2007년 서울-포항전에서 포항이 2차례 자책골로 자멸했다.

스코어 4-0이 됐을 때만 해도 유쾌하고 느긋하게 경기를 관전하던 대구 관계자들조차 5·6골 차로 간극이 벌어지자 미소를 지웠다. 서울의 처참한 패배는 그만큼 상대에도 상당한 충격이었다.

요즘 서울은 되는 일이 없다. 겨울이적시장에서 K리그 유턴을 타진하던 기성용(마요르카)·이청용(울산 현대)을 모두 놓친 것이 그 출발이다. 형편없는 조건을 제시한 것도 아쉽지만 선수 측은 친정의 심드렁하고 무성의한 협상 태도에 훨씬 큰 충격을 받았다. 국제적인 망신을 산 ‘리얼 돌(인형 성인용품)사태’는 서울이 자랑한 스포츠마케팅 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김성재 코치의 갑작스런 이탈과 김진규 신임 코치 선임 과정은 거듭된 패배와 맞물려 코칭스태프의 불협화음이라는 소문으로 확대됐다. 최용수 감독의 굳건한 리더십이 흔들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구단의 방향이다. 서울이 어떤 목표를 세웠는지, 비전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우승은 아니다. ‘저비용-고효율’만을 고집하면서 서서히 허물어진 현재 서울의 전력은 정상권과는 거리가 있다. 이적료를 들인 보강은 측면 자원인 김진야가 사실상 유일할 정도로 투자에 인색해졌다.

선수들도 구단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서울은 유난히 연봉 협상이 까다로운 팀으로 정평이 났다. 에이전트 업계에서는 선수가 구단이 이미 정해놓은 상한선 이상 액수를 제시조차 할 수 없는 구조라며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서 국내와 외국인 선수의 연봉 차는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선도하는 명문구단이라는 투철한 책임감으로 감동의 축구, 화끈하고 볼거리 많은 공격축구를 펼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내일이 없는, 당장에 급급한 지금의 서울을 보면 이는 허울뿐인 공약(空約)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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