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전액 기부” 유소연, 마침내 한국여자오픈까지 품었다

입력 2020-06-21 1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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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인천 서구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 원ㅣ우승상금 2억 5천만 원)’ 최종라운드가 열렸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친 유소연이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008년 5월 열린 한국여자오픈, 당시 18살이던 ‘루키’ 유소연은 2년 선배인 신지애와 사흘간 합계 213타 동률을 이뤘다. 천둥과 번개가 치는 악천후 속에 진행된 플레이오프. 3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유소연은 타이틀을 넘겨주고 말았고, 신인 시절 준우승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어내는데 꼬박 12년이 걸렸다.

‘내셔널 타이틀 수집가’ 유소연(30·메디힐)이 마침내 그토록 갈망하던 한국여자오픈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파72·6929야드)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 원) 4라운드에서 1버디 1보기로 이븐 파를 기록, 나흘간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순회배에 이름을 새겼다. 2억5000만 원의 우승 상금과 함께 자동차 카니발까지 부상으로 받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주로 활약하다 이번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무대에 처음 나서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유소연은 “이번 상금을 전액 기부하겠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 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합계 277타, 1타 차 준우승을 차지한 김효주(25·롯데)의 상금은 1억 원.

3라운드까지 이틀 연속 단독 1위를 달린 유소연은 2위 오지현(24·KB금융그룹·11언더파), 3위 김효주(9언더파)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출발했다. 3명 모두 파 행진을 하다 첫 균열이 생긴 것은 5번 홀(파4). 김효주가 버디로 한 타를 줄인 가운데 오지현은 한 타를 잃으며 뒷걸음질했다. 6번 홀(파5)에서 김효주가 두 홀 연속 버디(11언더파)로 추격에 고삐를 당기자 유소연 역시 첫 버디(13언더파)로 응수, 둘의 간격은 2타 차가 유지됐다.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던 유소연이 흔들린 것은 9번 홀(파4)이었다. 김효주가 11언더파를 유지한 사이, 유소현은 짧은 파 퍼트가 실패하며 한 타를 잃어 다시 12언더파가 됐다. 이제 둘의 간격은 단 1타 차.

역대 한국여자골프 사상 최장의 전장(6929야드)과 좁은 페어웨이, 그리고 깊은 러프에 4라운드 들어 핀 위치가 더 까다롭게 세팅되면서 둘 모두 쉽게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오지현이 13번 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며 선두 경쟁에서 사실상 탈락한 가운데, 유소연과 김효주의 ‘파 행진’은 후반 홀 내내 계속됐다. 유소연은 쉽게 도망가지 못했고, 김효주는 따라붙지 못했다.

한 타차 박빙 승부가 계속된 18번 홀(파4). 둘의 세컨 샷은 모두 벙커에 떨어졌다. 먼저 벙커샷을 한 김효주는 홀 약 1.5m 거리에 볼을 붙여 파 세이브 여건을 만들었다. 유소연으로선 강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프로데뷔 13년 차, LPGA 투어 9년차의 서른 살 베테랑은 흔들리지 않았다. 김효주보다 더 가깝게 홀에 볼을 붙였고, 김효주의 파 마무리에 이어 챔피언 퍼트를 파로 장식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2009년 중국여자오픈을 시작으로 2011년 US여자오픈, 2014년 캐나다여자오픈, 2018년 일본여자오픈을 제패했던 유소연은 12년 전 아쉬움을 깨끗이 털어내며 5번째 내셔널 타이틀 수집에 성공했다. 최혜진(21·롯데)이 9언더파로 단독 3위, 오지현은 김세영(27·미래에셋)과 함께 8언더파로 공동 4위에 올랐다.

인천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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