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리꾼’, 판소리 기원을 찾아가는 ‘뭉클한’ 여정

입력 2020-06-22 1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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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일 개봉하는 영화 ‘소리꾼’의 한 장면. 길에서 만난 이들과 가족을 이루면서 우리 소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묵직한 감동을 안긴다. 사진제공|제이오엔터테인먼트

가족을 되찾으려는 한 맺힌 ‘소리’가 관객의 가슴에 가 닿을까.

조정래 감독이 연출하고 명창 이봉근과 배우 이유리, 박철민, 김동완이 주연한 영화 ‘소리꾼’(제작 제이오엔터테인먼트)이 22일 서울 광진구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언론배급 시사회를 열고 작품을 공개했다.

인생사 희로애락을 담은 소리로 가족의 복원이라는 메시지를 풀어낸 감독의 뚝심이 기존 판소리 영화와는 전혀 다른 독창적인 세계로 완성됐다. 상상을 더한 이야기로 판소리의 ‘시작’을 되짚는 시도, 이를 통해 가족을 넘어 마음을 나눈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향한 감독의 바람이 런닝타임 2시간에 빼곡히 담겼다.

2015년 일제강점기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의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구성으로 그린 영화 ‘귀향’으로 358만 관객에 성공한 조정래 감독은 이번에도 연출 스타일을 이어가면서도 사극의 울타리에서 새로운 장르를 구축했다. 익숙히 봐 온 스타일과 달라 사뭇 낯설지만,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 그 실험적인 도전이 익숙함이 반복되는 한국영화 제작 환경에서 ‘소리꾼’의 가치를 높인다.

7월1일 개봉하는 영화 '소리꾼'의 한 장면. 사진제공|제이오엔터테인먼트


● 1993년 ‘서편제’에서 출발…“가족의 복원 그리고자”

‘소리꾼’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위정자들의 착취와 수탈이 극에 달한 영조 10년, 인신매매로 납치된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으려 길을 나선 소리꾼 학규(이봉근)와 딸 청(김하연)의 이야기다. 학규의 유랑에 조력자인 대봉(박철민)이 합류하고, 전국을 떠도는 이들의 여정에 초라한 행색의 몰락한 양반(김동완)이 동참한다.

이들은 길 위에서 피폐한 민중의 삶을 목격하고, 이를 토대로 소리를 완성해간다. 아내를 찾는 학규가 그 절박한 심정을 담아 만들어가는 소리는 차츰 ‘심청가’로 완성된다. 결국 ‘소리꾼’은 조선 후기 광대들의 소리가 쌓이고 쌓여 완성된 판소리의 기원을 찾아가는 여정이자, 극 중 극 형식을 비러 심청가의 탄생을 상상으로 구현한 판타지다.

앞 못 보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는 효녀 심청의 이야기가 자칫 뻔한 신파로 비칠 수 있지만, 누구나 익히 알고 공감한 심청 서사가 주는 묵직한 감동은 ‘소리꾼’을 지탱하는 결정적인 힘이다.

조정래 감독은 알려진 대로 판소리 고수로도 활동하는 고법 이수자다. 그 관심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2학년 때인 1993년 본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로부터 시작됐다.

이날 시사회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감독은 다시 한번 ‘소리꾼’의 출발을 ‘서편제’라고 짚으면서 “우리 소리를 해야겠다는 결심,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그 때 했다”고 돌이켰다. 27년간 품은 “염원”이라고도 했다.

이어 감독은 “‘소리꾼’을 보고 우리 소리가 좋다는 느낌보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은 아버지께 전화 한통 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어나갈 바란다”며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가족을 이룬다는 것, 가족의 복원이라는 주제가 영화를 만든 이유”라고 밝혔다.

조정래 감독, 배우 이봉근, 이유리, 김동완, 박철민이 2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소리꾼' 언론시사회에서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국악인 이봉근 파격 캐스팅…“영화 주인공은 ‘소리’ 그 자체”

주인공 학규 역의 이봉근은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국악인이다. 명창으로 꼽히는 그는 ‘소리꾼’ 오디션에 응해 캐스팅됐다. 국악인으로는 실력자이지만 대중적인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그를 상업영화 주연으로 발탁하는 건 파격이자 모험이다.

주변의 만류에도 굳이 이봉근을 선택한 이유에 조정래 감독은 “이 영화는 등장하는 모두가 주인공이지만 단 하나만 꼽으라면 ‘소리’”라고 밝혔다. 결국 소리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적임자는 이봉근이었다는 설명이다.

감독은 그런 이봉근에게 촬영 내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소리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를 받아들인 이봉근은 그동안 익숙하게 들어온 정통 판소리는 물론 대중성을 입힌 편곡으로 재탄생한 우리 소리를 자유자재로 표현한다.

이봉근은 “무대에서 공연할 때마다 ‘나의 선생님의 선생님의 선생님들이 있던 시대에 판소리를 한다면 어떤 마음일까’를 떠올렸다”며 “‘소리꾼’을 하면서 우리 삶에 체득돼 있는 우리 판소리의 힘을 비로소 느꼈다”고 말했다.

영화 말미 절체절명 위기에 놓인 학규가 내지르는 한 판 소리의 울림은 스크린을 넘어 객석에 그대로 전해진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 하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도 스태프들은 물론 배우들까지 자극시킨 장면이라고 했다.

박철민은 “당시 촬영 현장에서 눈물을 참지 못했다”며 “고전으로 터부시한 우리 소리가 박물관이 아닌 삶에서 같이 살아갈 수 있다는 걸 관객과 함께 느끼고 싶다”고 했다.

김동완, 이유리에게도 ‘소리꾼’은 도전이었다. 연기활동을 꾸준히 해왔지만 판소리를 다룬 사극은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들은 부담이나 걱정보다 설레는 기대로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귀향’을 통해 쌓은 감독을 향한 신뢰도 출연을 이끈 배경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감동완은 “사극이 너무 하고 싶어서 돌이라도 씹어 먹을 수 있을 것처럼 준비가 돼 있었다”고 웃으면서 “결과적으로 내 연기에 아쉬움이 있지만 그런 개인적인 아쉬움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이 영화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이유리 역시 “기존에 해온 역할과 다른 관점에서 출연을 제안 받은 것 자체에 감사하다”며 “처음 사극을 찍었는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하는 관객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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