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브아걸 제아 “버티는 내가 위로가 된다면, 평생 언니가 될래요”

입력 2020-06-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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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것 해!” 가수 제아가 “언니·누나로서 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신곡 ‘그리디’에 담아 전했다. 사진제공|미스틱스토리

■ ‘아이돌의 언니’ 제아가 마흔을 앞두고 내놓은 ‘내 이야기’

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그리디’
가사 쓴 아이유·피처링 문별 고마워
유빈·산다라 등은 안무 영상 챌린지

나도 7년차 슬럼프, 그만두고 싶었다
작곡·출강하면서 ‘늪’에서 빠져나와
힘들수록 ‘다 해먹을 거야!’ 외쳐봐

“사람들이 나만 보면 그렇게 고민을 털어놔요. 왜일까요?”

상상도 하지 못했단다. 소속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가 걸크러시 대표주자로 군림하던 2008년 당시, 중학생 또래를 비롯한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언니” “누나”하며 반가워하는 지금의 ‘낯선’ 현실을 말이다.

가수 제아(39). 그룹 콘셉트가 강렬한 카리스마였던 탓에 수년간 “무서울 것 같다”는 오해를 받았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센 언니’라는 타이틀이 이름 뒤에 붙어 다녔다. 편견은 꽤 오래 이어졌다. 2018년 각종 사연을 받아 상담해주는 SBS 모비딕 웹 예능프로그램 ‘쎈 마이웨이’를 하면서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내친김에 ‘제아 언니’로 “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최근 내놓은 신곡 ‘그리디’(Greedyy)가 탄생했다.

가수 제아. 사진제공|미스틱스토리


● “아이유·문별의 지원사격 고맙죠”

‘그리디’는 ‘욕심 많다’는 뜻의 영어 단어 ‘Greedy’를 살짝 변형시켜 만든 제목이다. ‘늘 착할 수는 없어/욕심나는 건 가져야지 않니’라는 노랫말처럼 “남의 시선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건 하자!”는 독려를 담았다.

노래는 가수 아이유가 가사를 썼고, 그룹 마마무의 문별이 랩 피처링을 맡았다. 16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제아는 “두 사람 모두 고맙게도 단번에 협업 제의를 수락했다”고 돌이켰다.

“문별이는 피처링 얘기를 듣자마자 ‘당연히 해야죠!’라고 말했대요. 정말 고맙더라고요. 가사는 처음부터 아이유에게 맡기고 싶었어요. 시적인 가사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노래 ‘좋은 날’을 만든 이민수 작곡가가 그 말을 듣고 바로 물어봐 줬어요. 그리고 다음날 곧바로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역시 딱 ‘제아스러운’, 소름 돋는 가사가 나왔죠.”

그를 위해 힘을 보탠 후배 가수들은 이들뿐이 아니다. 가수 유빈, 청하, 산다라박, CLC 장승연 등이 안무의 일부를 따라 추는 영상을 SNS에 올리는 ‘그리디 챌린지’에 참여했다.

“챌린지에 참여한 연예인들 중에는 별다른 친분이 없는 분들도 있었어요. ‘언니 파이팅!’ 하면서 영상을 올려주더라고요. ‘쎈 마이웨이’ 팬이라고 하면서요.(웃음) 다른 무엇보다 노래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헤아려준 것 같아 고마워요. 다들 밥 한 번 사주겠다고 했죠. 하하하!”

가수 제아. 사진제공|미스틱스토리


● “버티고 싶어? 그렇다면 ‘끝’을 봐!”

제아는 “30대 초반에 ‘그리디’를 만났다면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우여곡절 끝에 곧 나이 마흔, 그리고 15년차 가수에 접어드는 이 시점이야말로 비로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라고 여긴다.

“10년차를 넘기면서부터 ‘언제까지 가수를 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처음엔 ‘죽을 때까지 음악 할 건데 왜 자꾸 물어 봐’ 싶었어요.(웃음) 그러다 6∼7년 전 슬럼프를 겪었어요. 사람들이 내 음악을 알아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 그만 해야 하나’라고 절망했죠.”

그야말로 “인생 바닥을 친 순간”이었다. 그대로 멈춰버릴 것 같았다. “일단 무엇이든 하자”고 결심했다. 작곡에 더욱 매진했고, 2016년 즈음부터는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실용음악과 등에 출강도 했다. 그렇게 발버둥치듯 열심히 살다 문득 뒤돌아보니 헤어 나오지 못할 줄 알았던 ‘늪’에서 빠져나와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스스로 ‘인생의 바닥을 쳤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확실하게 그 끝을 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 바닥의 끝을 마주했을 때야말로 내가 뭘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지가 더 명확하게 보이거든요. 저 또한 그 과정을 통해 비로소 가수 제아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발견했고, 음악의 재미를 다시 되찾았어요.”

따르고 싶다는 의미가 담긴 ‘언니’란 수식어가 반갑게 다가온 것도 최근의 일이다. 15년 가까이 ‘한 우물’만 판 자신의 경력을 보면서 “나도 언니 혹은 누나처럼 오래도록 내 일을 해내고 싶다”고 말하는 2030세대 팬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다.

“많은 젊은 친구들이 ‘미래가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며 걱정해요. 그럴수록 제가 ‘다 해먹을 거야!’라면서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라면 평생 ‘언니’로 불려도 그저 행복할 것 같아요. 하하하!”

● 제아

▲ 1981년 9월18일생
▲ 2006년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로 데뷔
▲ 앨범 ‘L.O.V.E’ ‘어쩌다’ ‘아브라카다브라’ ‘식스센스’ ‘킬빌’ 등 발표
▲ 2013년 첫 번째 미니음반 ‘저스트 제아’로 솔로 활동 시작
▲ 2016년 싱글 ‘나쁜 여자’ 발표
▲ 2019년 미니음반 ‘뉴 셀프’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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