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허윤동(왼쪽)- 김대우.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삼성은 24일까지 팀 불펜 평균자책점(ERA) 1위(4.36)를 달리고 있다. 끝판대장 오승환과 최지광~우규민의 셋업맨을 비롯해 좌완 임현준과 노성호, 우완 이승현과 장지훈, 김윤수 등 허리를 책임질 수 있는 자원도 풍부해 타 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18전승을 거둔 결과도 삼성 불펜의 힘을 입증한다.
그러나 시즌 내내 불펜의 힘만으로 경기를 풀어갈 순 없다. 타선의 사이클과 비교하면 오르내림이 덜하지만, 연투를 지속하면 체력과 더불어 구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초반 불펜의 체력관리 여부에 따라 시즌이 좌우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선발투수들의 이닝소화능력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한 시즌을 전망할 때 강력한 선발진을 보유한 팀을 상위권에 올려놓는 이유다.
당초 삼성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된 부분이 선발진이다. 지난해 선발로 150이닝을 넘기며 8승을 거둔 백정현을 제외하면,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자원은 없었다. 데이비드 뷰캐넌은 국내무대 첫해였고, 재계약한 벤 라이블리는 풀타임 활약이 검증되지 않았다. 원태인, 최채흥도 확실한 상수로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부상으로 빠진 라이블리를 뺀 나머지 4명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내며 불펜의 부담을 줄여줬다. 여기에 기존 선발투수들이 부상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마다 대체자 역할을 충실히 해낸 좌완 허윤동(19), 잠수함 김대우(32)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유신고 출신으로 올해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5순위)에 지명된 허윤동은 4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2승, ERA 3.60을 기록했다. 불펜에서 선발로 이동한 김대우도 선발등판 5경기 중 4경기에서 5이닝 이상 던지며 2승2패, ERA 3.60을 찍었다. 강하다는 평가와 어울리지 않던 기존 선발진을 대체하면서도 꾸준히 5이닝 이상 책임져준 덕에 불펜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체력이 뒷받침되니 계투진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뽐낼 수 있고, 투수조의 분위기도 좋을 수밖에 없다.
김대우는 “선발투수들은 어떻게든 긴 이닝을 던지려 하고, 계투진은 최대한 자기 역할에 충실하려는 책임감이 강하다. 결과가 잘 나오니 책임감이 더 강해진 것 같다”고 팀 마운드 분위기를 설명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