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성적 스트레스, 경기 도중 쓰러진 염경엽 감독

입력 2020-06-25 19: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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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더블헤더 1차전 경기가 열렸다. 2회초 이닝 종료 후 SK 염경엽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쓰러지자 선수들이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52)이 25일 인천 두산 베어스와 더블헤더 제1경기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급하게 이송됐다.

SK 구단은 “일차적으로 기본적인 검사를 진행했는데 불충분한 식사와 수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심신쇠약 진단을 받았다. 의식을 찾았고, 가족들과 짧게 대화할 수 있는 상태다. 입원해 치료받으면서 좀 더 정밀하게 검사받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감독이 건강상의 문제로 경기 도중 벤치를 비운 사례는 사상 3번째다. 1997년 9월 3일 잠실구장에서 백인천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LG 트윈스와 더블헤더 제1경기가 끝난 뒤 자리를 비운 게 첫 사례다. 2016년 4월 14일에는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대전 두산전 5회말 직후 클리닝타임 때 어지럼증을 호소해 김광수 수석코치에게 지휘권을 넘기고 병원으로 향한 적이 있다.

SK는 3-3으로 맞선 2회초 수비에서 3실점하며 흐름을 넘겨줬다. 선발투수 박종훈이 오재일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공수교대 과정에서 SK 덕아웃 쪽에 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SK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물론 두산 김태형 감독과 강석천 수석코치도 상대 덕아웃으로 달려가 심각한 표정으로 상황을 주시했다. 잠시 후 외야에서 구급차가 들어와 SK 덕아웃 앞에 멈췄다. SK 홍보팀 관계자는 “감독님이 쓰러졌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염 감독은 오재일이 타격하는 순간 쓰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SK는 24일까지 12승30패(승률 0.286)로 9위에 머물렀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더 처참했다. 7연패에 빠지는 등 1승9패였다. 10승34패(승률 0.227)로 최하위인 한화의 최근 10경기 성적(3승7패)보다 나빴다. 염 감독은 패배에 유연한 사령탑이 아니다.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하다. 2014년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2승4패로 패퇴한 뒤 눈물을 쏟아낸 장면이 이를 설명한다. 최근 전화통화에선 “야구가 너무 안 돼서 미칠 것 같다”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예민한 성격에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겹쳐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고, 팬들의 도를 넘은 비난까지 더해졌다.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성적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가 사령탑의 건강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 사례다. 하지만 이것이 사령탑의 숙명이기도 하다.

SK는 사령탑이 자리를 비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더블헤더 1경기를 6-14로 졌다. 하지만 2경기에선 선발 문승원의 7이닝 무실점 호투와 10안타를 몰아친 타선의 힘으로 7-0 승리를 거둬 8연패를 끊었다. SK는 염 감독의 복귀 이전까지 박경완 수석코치 체제로 운영된다.

인천|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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