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과 결과 모두 걷어찬 지성준과 롯데의 선징계 배경

입력 2020-06-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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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지성준.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제아무리 치밀하게 설계된 도미노도 조각 하나가 갑작스레 쓰러지면 순식간에 어그러진다. 지성준(26·롯데 자이언츠)이 저지른 일탈이 선수와 팀 모두에게 뼈아픈 이유다. 롯데는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무거운 징계를 내렸다. 선수단에 확실한 메시지가 될 전망이다.

롯데는 26일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생활 문제가 불거진 지성준에게 무기한 출장정지 조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25일 새벽 자신을 미성년자라고 소개한 SNS 이용자가 지성준이 본인 의사에 반하는 신체접촉을 시도했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었다. 구단은 즉각 사태 파악에 나섰고, 지성준은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롯데는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이를 신고한 뒤 지성준에게 무기한 출장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올 시즌을 앞둔 스토브리그에서 지성준은 가장 뜨거운 이름이었다. 1군 167경기 출장이 전부인 포수 유망주였지만, 성민규 롯데 단장의 눈에 들어 2대2 트레이드로 이어졌다. 롯데는 2019년 팀 내 최다승 투수였던 장시환을 한화 이글스에 보내며 안방 보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롯데에 부정적이던 여론은 지성준 영입으로 단숨에 바뀌었다.

하지만 지성준은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나 같은 반쪽짜리 선수로 만들고 싶지 않다”며 지성준에게 수비보완을 촉구했다. 개막 엔트리 불발 직후 의욕이 떨어져 공수 모두에서 집중력 잃은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구단의 동기부여로 마음을 다잡았다. 롯데의 개막전 안방은 김준태와 정보근이 차지했지만, 지성준의 활용도는 충분했다.

팀당 144경기 체제에서 ‘제3포수’ 지성준에게 기회가 올 것은 분명했다. 실제로 정보근이 장염으로 이탈했던 6월 11일부터 사흘간 1군에서 3경기 8타수 2안타의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 뒤 2군으로 내려보낸 허 감독 역시 “우리 선수다. 언제든 좋다고 판단되면 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겨우내 롯데가 치밀하게 설계했던 계획도, 지성준과 팀이 얻을 결과도 멈췄다. 지성준의 일탈이 모든 것을 걷어찼다.

롯데의 징계는 강했다. 아직 해당 SNS 이용자가 어떠한 절차도 밟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KBO나 사법기관에서 징계를 내리기 어렵다. 그러나 법리적 사실 관계를 떠나 지성준의 논란이 구단의 품위를 손상시킨 것은 분명하다. 팀 내규에 의한 처벌이 가능했는데, 중징계를 내렸다. 훈련을 비롯한 일체의 참가활동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에 급여도 나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이런 논란이 불거지면 구단은 KBO나 사법기관의 판단을 기다리던 관행을 깼다. 주축 선수라고 판단할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롯데는 지성준에게 중징계를 내리며 다른 선수들에게도 확고한 메시지를 남겼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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