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허경민. 스포츠동아DB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죠.”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파격적인 내야 카드를 던졌다. 수년째 3루수로 좋은 활약을 보인 허경민(30)을 이날은 선발 유격수로 기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김 감독은 “최주환과 오재원이 유격수를 보기에는 부담이 있다. 허경민은 이전에도 해봤고,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여서 맡겨봤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이유는 역시 전력누수에서 기인한다. 주전 유격수 김재호가 잔부상 치료와 휴식을 위해 6월 28일 날짜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기존 내야 유틸리티 자원이었던 류지혁은 KIA 타이거즈와 트레이드를 통해 우완투수 홍건희와 맞바꾼 상태여서 즉시전력으로 활용할 만한 유격수는 이유찬과 권민석 정도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어서 당장 꾸준하게 중책을 맡기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김 감독은 핫코너에서 듬직한 수비력을 보인 허경민을 유격수 자리로 옮겼다. 그는 “허경민이 지금 유격수를 맡아줘야 우리 내야가 원활하게 돌아간다. 프리에이전트(FA)도 있으니 본인의 값어치를 올리는 계기가 되지 않겠나”라며 굳건한 믿음을 보냈다.
이 카드는 이날 경기에서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2016년 이후 약 4년 만에 유격수로 선발출장한 허경민은 6번타자로 나서 좋은 수비와 함께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허경민의 유격수 출전으로 공존이 가능해진 최주환과 오재원도 각각 3루수와 2루수로 선발출전해 맹타를 휘둘렀다. 최주환은 5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 오재원은 4타수 2안타 5타점으로 키움 투수진에게 악몽을 선사했다.
내야 전력이 얇아진 탓에 걱정거리가 많았던 두산은 일단 ‘유격수 허경민’ 카드가 성공을 거둠에 따라 ‘플랜B’ 가동에 탄력을 받게 됐다. 이날 경기에선 선발전원안타를 포함해 무려 19안타를 쏟아 부으며 키움을 14-5로 대파하고 전날의 패배를 고스란히 되돌려줬다.
선발투수 이영하는 6이닝 7안타 3삼진 1실점의 호투로 개막전 승리 이후 무려 9경기 만에 시즌 2승(4패)째를 챙겼다.
고척|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