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더블헤더 1차전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LG 이민호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올 시즌 KBO리그 첫 연장 12회 무승부(6-6)를 기록했다. 두 팀 모두 출혈이 상당했던 가운데 아쉬운 점도 많았다. NC로선 1회 빅이닝을 만들고도 선발투수 마이크 라이트가 볼을 남발해 수비시간이 길어지면서 일찍 동점을 허용한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3-6으로 뒤진 경기를 8회 홈런 2방으로 따라붙은 장타력과 7회부터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불펜투수 5명의 역투는 칭찬받을 만했다.
LG로선 8회 김대현이 3점차 리드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부상에서 돌아온 고우석에게 양의지만 상대하게 한 뒤 김대현에게 8회를 책임지게 했는데 기대대로 되지 않았다. 1회 2사 만루, 2회 1사 만루서 채은성과 라모스~유강남이 결정타를 때려주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나마 라모스가 4회와 6회 적시타와 홈런을 때리며 부진에서 벗어나는 듯한 조짐을 보여 희망적이었다.
비록 승리는 놓쳤지만 LG가 확인한 것이 있었다. 19세 선발투수 이민호의 투쟁심이었다. 훌륭한 성과였다. 감독들이 말하는 ‘타자와 싸울 줄 아는 능력’을 어린 투수는 잘 보여줬다. 1회 피칭 밸런스가 흔들려 3개의 4사구를 내준 뒤 적시타 2방을 맞았지만, 추가실점 없이 7회 2사까지 견뎌냈다. 1회 3실점이라면 어지간한 투수들은 쉽게 추가실점을 하고 조기에 강판 당한다. 그래서 불펜에 부담을 주지만 이민호는 어떻게든 버텨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NC의 막강 타선을 상대로 6.2이닝 4안타, 5사사구, 4삼진, 3실점(2자책점)을 기록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공이 가지 않더라도, 때로는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이 좁아도 이민호는 어떻게든 타자의 배트를 이끌어내 이닝을 넘기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그 습득 스피드가 놀랍다. 6월 30일 잠실 KT 위즈전에선 컨트롤이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으로 5이닝 동안 무려 116개의 공을 던졌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는 악전고투의 연속이었지만, 결정타를 맞지 않고 어떻게든 5회를 2-1로 앞선 가운데 마쳤다. 이번 NC전에선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3실점을 1회에 하고도 버텨냈다.
이민호가 돋보이는 것은 득점권 위기에서의 피칭이다. 그의 시즌 평균 득점권 피안타율은 0.129인데, 주자가 없을 때의 0.205보다 훨씬 떨어진다. 피출루율도 마찬가지다. 득점권에선 0.282, 주자가 없을 때는 0.348이다. 피장타율도 0.161-0.247로 위기상황에서 더 잘 던진다. 기록이 증명한다. 한창 때의 조계현처럼 그는 주자를 모아놓고도 쉽게 점수를 주지 않는다. 2001년생 어린 투수가 이런 능력을 어떻게 일찍 갖췄는지가 궁금하다. LG는 앞으로 두고두고 잘 관리해야 할 귀중한 보물을 얻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