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박경완 감독대행.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 박경완 감독대행(48)은 최근 무거운 짐을 지고 연일 야구장으로 출근한다. 박 대행은 지난달 25일 인천 두산 베어스와의 더블헤더 제1경기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쓰러진 염경엽 감독(52)을 대신해 팀을 이끌고 있다. 갑작스럽게 넘겨받은 지휘봉. 팀 성적까지 바닥이라 그에게는 조금의 휴식을 취할 여유도 없다.
박 대행은 선수시절 소속팀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비상한 머리로 경기 전체를 읽어내는 운영능력, 투수의 공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만드는 리드 등 그는 자타공인 최고의 ‘야구 아이큐’를 지닌 포수였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사령탑의 자리는 유독 무겁기만 하다. 순간의 판단과 선택이 팀의 하루 경기 결과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수 교체와 작전 지시 등 직접 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선 잠시잠깐 고민할 틈도 없다.
박 대행은 12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우천취소에 앞서 “작전지시를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많다. 히트앤드런 같이 내가 생각한 작전이 잘 안 먹히는 경우가 많더라”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어 “그래도 나는 선수들을 믿고 앞으로도 계속 사인을 낼 생각이다. 혹시 실패가 된다고 해도 거기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안 해보고 결과를 얻을 순 없다. 실패도 해봐야 우리가 다음에 하지 말아야 경우를 알게 된다”고 덧붙였다.
박 대행은 11일 경기에서 어렵게 첫 세이브를 올린 좌완투수 김정빈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경기 전 면담도 했었는데, 모든 게 김정빈이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투수 교체가 하다보니 참 힘들다. (앞으로는) 상황에 맞게끔 투수들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대전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