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1회말 시작 직전 우천 중단되자 LG 류중일 감독이 심판진에게 항의하고 있다. 잠실|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장맛비로 광주, 사직, 대전, 수원 등 4개 구장의 경기는 이미 취소됐다. 12일 잠실구장만 유일하게 경기가 시작됐다. 오후 5시 무렵부터 비는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주심은 NC 다이노스-LG 트윈스의 시즌 5차전 플레이볼을 선언했다.
LG 선발 김윤식은 1회를 마쳤다. 선두타자 박민우를 4구로 내보낸 뒤 도루까지 허용했지만 1사 2루 위기를 넘겼다. 애런 알테어를 삼진, 양의지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았다. 1회말 LG 공격을 앞두고 4명의 심판이 홈플레이트 부근에 모였다. 빗줄기가 끊이지 않고 일기예보로도 많은 비가 온다고 하자 경기중단을 결정했다. 오후 5시7분께였다.
그 순간 1루쪽 LG 덧아웃에서 류중일 감독이 득달같이 나왔다. 왜 NC의 1회말 수비가 들어가기 전에 경기를 중단하느냐는 항의였다. 격렬했다. 그라운드 사정이 당장 경기를 못할 만큼은 아니었기에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1회말 수비는 마친 뒤 경기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라운드 관리인들은 즉시 홈플레이트와 마운드에 방수포를 깔았다.
NC 이동욱 감독은 전날 4차전에서 선발투수 마이크 라이트가 3회 1사까지 3실점하면서 동점이 되자 주저 없이 교체했다. 3연전의 이틀째였다. 선발투수가 대량 실점한 것도, 부상 등의 특별한 상황이 생긴 것도 아닌데 그렇게 과감했던 조기강판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이에 대해 12일 경기 전 이 감독은 “오늘 구창모가 최소한 6회는 던져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전날 경기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털어놓았다.
최근 부진했던 1선발 차우찬이 2군행을 자청하는 바람에 선발진에 구멍이 생긴 LG는 11일 이민호에 이어 12일에는 루키 김윤식을 선발로 내세웠다. 구창모는 지난해 9월 15일 창원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9연승과 더불어 시즌 8승(무패)에 탈삼진 1위(82개), 평균자책점 2위(1.48)를 달리는 등 언터처블급 구위를 자랑했다. 올 시즌 2번째 선발등판하는 김윤식은 1패만 기록 중이었다. 마운드의 높이로만 본다면 확실한 전력의 비대칭이었다.
NC는 올 시즌 일요일 경기에서만 8연승(5월 17일 인천 SK전 이후)이고, LG는 최근 2연패였다. 두 팀은 전날 12회까지 불펜을 풀가동하는 바람에 하중이 걸렸지만, 여유는 NC가 더 있었다. 만일 우천 취소된다면 LG는 월요일(13일)에 선발등판할 마땅한 투수도 없었다. 이우찬이 유일한 카드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경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김윤식의 등판을 이튿날로 미룰 수 있었다. 1회초를 마치고 난 다음의 경기 취소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이유다. 최소한 상대팀 구창모도 1회를 던져야 한다는 논리는 그래서 설득력이 있었다. 문제의 소지가 있자 심판진은 결국 33분을 기다린 뒤 경기를 속개했다.
잠실 |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