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인사이드] 남다른 학습능력, 두산 페르난데스가 무서운 진짜 이유

입력 2020-07-1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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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페르난데스. 스포츠동아DB

슬럼프에 빠졌다고 말하기 무섭게 반등한다. 지난해에도, 올해도 마찬가지다. 두산 베어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2)를 ‘좋은 타자’로 평가하는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꾸준한 선수만큼 계산이 서는 선수는 없기 때문이다.

페르난데스는 12일 현재 올 시즌 58경기에서 타율 0.372(239타수 89안타), 11홈런, 43타점, 출루율 0.434를 기록 중이다. 장타율(0.577)과 출루율을 더한 OPS는 1.011이다. 기본 기록만 봐도 좋은 타자임이 분명하다.

더 놀라운 점은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속도다. 페르난데스는 6월까지 연속경기 무안타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7월 들어 2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5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까지 4연속경기 무안타로 침묵할 때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홈런을 포함해 4타수 4안타로 살아나더니 11일 사직 롯데전까지 5경기에서 타율 0.391(23타수 9안타), 3홈런, 6타점을 몰아쳤다. ‘페르난데스 사전에 슬럼프란 없다’는 말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김태룡 두산 단장이 “역시 대단한 선수다. 쿠바야구의 자존심”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이유다.

엄청난 노력을 동반한 덕분이다. 어린 시절부터 콘택트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어떤 코스든 가리지 않고 좋은 타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욕심이 강했다. 지난해 초 상대 수비의 극단적인 우측 시프트와 몸쪽 높은 코스 공략에 잠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 코스의 투구를 밀어 쳐 좌익수 방면 안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시프트는 무용지물이 됐다. 장시간 영상분석을 하고 전력분석팀과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며 최적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전력분석팀은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는 페르난데스와 아낌없이 정보를 공유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상대 배터리의 견제였다. 본인도 시즌 전부터 “좋은 공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도 “원하는 공이 홈플레이트에 들어왔을 때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감은 진짜였다. 4연속경기 무안타로 침묵할 때도 조급함 탓에 선구안이 무너졌다는 자가진단을 했다. 안타보다 출루에 먼저 집중한 결과 최근 5경기 출루율은 0.440에 달한다. 그는 “지난해와 비교해 견제가 심해진 것은 당연히 느낀다. 상대가 나와 승부할 때 더 조심스럽게 대비하는 느낌”이라면서도 “늘 영상을 돌려보고 감독님께도 조언을 구하며 준비한다. 심리적 요인도 그렇게 극복한다”고 설명했다.

“나도 사람이다. 타격감이 떨어질 때는 떨어진다”는 말이 농담처럼 들릴 정도로 꾸준한 데는 확실히 이유가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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