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브리핑] ‘완장의 무게’ 2군행 자처했던 민병헌, 허문회 감독의 복잡한 속내

입력 2020-07-19 16: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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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민병헌. 스포츠동아DB

“감독으로서 정말 미안하고 고맙네요.” ‘캡틴’ 민병헌(33·롯데 자이언츠)은 1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종료 후 허문회 감독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팀에 보탬이 되지 않고 있다는 미안함에 2군행을 자처했지만 허 감독은 이를 만류했다. 허 감독은 주장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꼈다.

민병헌은 18일까지 올 시즌 55경기에서 타율 0.242, 2홈런, 12타점으로 고전하고 있다. KBO리그 최고의 콘택트 히터에게 어울리지 않는 수치다. 6월 17경기에서 타율 0.217로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고, 7월 15경기에서도 살아나는 듯했지만 다시 타격감이 떨어지며 15경기 타율 0.255로 아쉬움이 남는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찼기 때문에 부담을 안 느낄 수는 없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은 물론 8위로 떨어져있는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경기장 안팎에서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허 감독은 “주장 중에선 개인 성적만 생각하는 타입도 있다. 이 경우 성적은 좋더라도 팀 분위기가 떨어진다. 하지만 (민)병헌이는 주장으로서 역할을 정말 잘해주고 있다”며 “야구는 멘탈게임이다. 성적에만 집중해도 쉽지 않은데 이런저런 일까지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민병헌도 견디기 어려웠다. 타격 메커니즘 수정을 위해 2군행을 자처했다. 하지만 허 감독은 이를 고사했다. 그러면서도 “내 욕심인 것 같았다. 선수가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겠나”라며 이튿날인 18일 다시 민병헌을 불렀다. 사과를 전하자 민병헌은 “이틀 정도만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메커니즘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훈련으로 이를 가다듬겠다는 계획이다.

허 감독은 “프로의 주장이 참 쉽지 않은 거 같다. 팀과 개인 성적을 모두 내는 주장은 정말 드물다”며 “팀의 승패는 감독이 책임지면 된다. 병헌이가 승리에 대한 욕심이 많은데 조금만 다운시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대구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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