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지혜, 차도녀→러블리…“이런 수식어는 처음이에요”

입력 2020-07-2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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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8년째에 접어든 배우 서지혜는 “보여주는 연기”가 아닌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지향하고 있다. 올해 ‘사랑의 불시착’부터 ‘저녁 같이 드실래요’까지 왕성한 연기활동을 가능케 한 힘이다. 사진제공|문화창고

■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로 이미지 변신 성공한 서지혜

비슷한 캐릭터만 하다보니 아쉬움
차가움 지우기 위해 앞머리 ‘싹뚝’
내게도 평범한 사랑 찾아오겠죠?
“‘러블리’란 수식어요? 처음이에요!”

연기자 서지혜(36)는 지금껏 ‘차도녀’의 정석으로 통했다. 2002년 데뷔 이후 똑똑하고 냉철한 캐릭터를 주로 소화해왔다. 한 번 이미지가 각인되니 줄곧 비슷한 역할이 들어왔다. 2월 종영해 최근 일본을 사로잡은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렷한 눈매와 도도해 보이는 인상 때문일까. 스스로는 “애교 하나 없이 씩씩한 성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여긴다.

변화의 기회는 뒤늦게 찾아왔다. 14일 종영한 MBC 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에서 발랄한 성격의 온라인 콘텐츠 PD 역이었다. 처음으로 극중 애교 넘치는 주정도 부리고, 설레는 연애 앞에서 잔뜩 수줍어하기도 했다. 덕분에 새롭게 얻은 별명이 바로 사랑스럽단 의미의 ‘러블리’. 16일 서울시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서지혜는 “열심히 노력했는데 나름 성공한 것 같다”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새로운 모습 보여주고 싶었죠”
서지혜는 ‘저녁 같이 드실래요’ 합류 직전 마친 ‘사랑의 불시착’에서 차분한 성격의 북한 여성을 연기했다. 성격부터 말투까지 전부 다른 캐릭터를 잇달아 연기한 셈이다. 그가 처음 마주친 과제는 뜻밖에도 ‘북한말 지우기’였다. 직전 작품을 위해 6개월간 익힌 북한 말투가 진하게 남아 처음엔 애를 먹었다고 한다.

배우 서지혜. 사진제공|문화창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란 말이 왜 나왔는지 실감했죠.(웃음) 게다가 이번엔 전작들과 다르게 ‘하이텐션’이라 할 만큼 통통 튀는 캐릭터여서 정말 어색했어요. 제작진에 ‘이렇게 튀어도 되나요?’라고 계속 물어봤을 정도예요. 편안한 매력을 더욱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처음으로 앞머리카락도 잘랐어요.”

목말랐던 ‘이미지 변신’이기에 온 힘을 쏟았다. “드디어 너의 숨겨진 ‘똘기’를 보여줄 때가 왔다”는 주변의 독려(?)가 힘을 줬다. 변화의 맛을 본 서지혜는 “액션부터 ‘팜므파탈’ 캐릭터까지 다 해보고 싶다”며 도전정신을 불태우고 있다.

“그동안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를 해온 것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단 마음이 분명히 있었고, 최근에는 ‘이제는 (변화를)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어요. 때마침 들어온 ‘저녁 같이 드실래요’가 변신에 대한 두려움을 깨준 원동력이 됐죠. 덕분인지 색깔이 다른 작품들의 출연 제안이 조금씩 들어와서 기분이 좋아요.”

“평범한 사랑이 꿈…언젠간 짝 만나겠죠?”
서지혜는 어느 새 데뷔 18년차를 맞았다. “현장에서 누나도 아닌 ‘선배님’이란 호칭을 들을 때면 깜짝 놀란다”고 한다. 달라진 점은 많지만 “연기에 대한 재미”는 그대로 간직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2008년 즈음 슬럼프를 겪었어요. 아무 것도 모르고 뛰어든 연예계 생활 속에서 참았던 중압감이 터졌나 봐요. 1년을 꼬박 쉬었어요. 그러다 문득 ‘내가 인기를 얻으려고 연기하는 게 아닌데 왜 힘들지?’라고 깨달았어요. 전까지는 ‘남에게 보여주는 연기’를 했는데 이후엔 ‘내가 만족하는 연기’를 하게 됐죠. 그때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연기를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배우 서지혜. 사진제공|문화창고


현명하게 고비를 극복하고 매년 한 작품 이상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 일에만 몰두하는 동안 “친구들은 결혼하고 애기 엄마가 된” 30대 중반이 됐다. 사랑과 결혼에 대해 여전히 때때로 고민하지만, 이제는 외로움을 ‘즐기는’ 여유도 생겼다.

“전엔 외로움을 극복해야 하는 존재로 여겼어요. 친구들에게 ‘나와!’라면서 엄청 전화했죠.(웃음) 혼자서는 영화도 못 보고 밥도 잘 못 먹는 스타일이라 더욱 그랬어요. 그런데 어느 날은 ‘에라, 한 번 해보자!’하면서 ‘혼밥’을 했는데 재밌더라고요. 그때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게 됐어요.”

그럼에도 언젠가는 “평범한 사랑”이 찾아올 것이라 믿고 있다. 화장도 안 한 민낯에, 핀을 마구 꽂은 흐트러진 헤어스타일까지 사랑해줄 ‘짝’을 기다리고 있다.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연예인에겐 다소 힘든 꿈 아니냐고 물으니 “편견은 버려달라”라며 웃는다.

“화면 속 예쁘고 단정한 내 모습이 아닌, 내 단점도 받아줄 사람이 생길까 궁금해요. 꼭 특별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돼요. 따뜻하고 편안한 사랑을 하는 게 저만의 꿈이에요.”

서지혜
▲ 1984년 8월24일생
▲ 2002년 가수 태무 ‘눈이 내리네’ 뮤직비디오로 데뷔
▲ 2003년 SBS ‘올인’
▲ 2005년 MBC ‘신돈’·연기대상 신인상
▲ 2007년 영화 ‘상사부일체’
▲ 2014년 SBS ‘펀치’
▲ 2016년 SBS ‘질투의 화신’
▲ 2018년 KBS 2TV ‘흑기사’·연기대상 우수연기상
▲ 2019년 tvN ‘사랑의 불시착’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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