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노천식당에서 만난 ‘반전의 맛’ … 이연걸도 좋아했을까?
이연걸, 원표, 장학우, 관지림 등 1990년대 홍콩영화의 스타들이 총출연한 영화 황비홍을 모르는 분은 안 계실 것 같습니다. 붉은 해를 배경으로 바닷가 모래밭을 이연결과 관원들이 달리고, 합을 맞춰 무술을 수련하는 이 영화의 오프닝은 지금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뛰곤 합니다. CF 음악으로도 종종 사용되는 이 멋진 주제가는 ‘남아당자강’이라는 곡으로 알려져 있죠.

웬 황비홍? 물론 오늘 소개해 드릴 요리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름 하여 ‘황비홍 깐풍기’랍니다.

여행과 비즈니스로 중국을 자주 방문하는 데 남동생이 주재원으로 있는 상하이는 20여 년 전부터 해마다 찾는 곳입니다. ‘천개의 얼굴을 가진 여인’이라는 상하이는 전통적인 건축물과 모던한 고층건물의 조화, 눈부신 야경, 명품쇼핑거리와 갤러리, 풍성한 먹거리를 자랑해 방문할 때마다 왜 ‘동양의 파리’로 불리는지 실감합니다.

상하이에서 제가 각별히 좋아하는 곳은 쇼핑으로 유명한 신톈디(新天地)인데요, 이곳은 쇼핑매장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술집, 노천카페, 갤러리 등이 모여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상하이의 하늘이 가장 아름답다는 9월의 초저녁에 운이 좋게도 신텐디의 노천 음식점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른 시간인데도 가게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동생 부부는 “이건 꼭 먹어봐야 한다”며 스파이시 프라이드치킨이란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처음 맛보는 요리였는데 ‘스파이시’해 보이는 큼직한 고추가 잔뜩 들어 있었습니다. 맛을 대충 짐작하며 입에 넣는 순간 제 눈이 커졌습니다. 맵기만 할 것 같았던 이 고추는 바삭하고 고소하며 끝이 알싸한 너무나 매력적인 아이템이었죠. 이 놀라운 반전의 맛을 보여준 고추의 이름이 바로 ‘황비홍 고추’였습니다.

귀국하자마자 용산점과 광화문점의 셰프에게 스파이시 프라이드치킨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용산점의 화교 셰프가 대번에 알아보고는 “당장 만들 수 있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해서 상하이 스파이시 프라이드치킨과는 또 다른 콴쒸이만의 중국식 황비홍 깐풍기 요리가 탄생했습니다.

지금도 황비홍 깐풍기를 주문한 손님들께서 종종 “이 큰 고추 먹어도 돼요?”하고 묻곤 하세요. 그러면 살짝 미소를 보이며 말씀드립니다.
“네, 손님. 다 드셔도 돼요. 많이 맵지 않고 고소합니다.”

●주 재료
황비홍고추, 닭고기, 간마늘, 대파, 홍피망, 청피망, 볶은땅콩

●소스 재료
월남고추, 생강채, 식초, 설탕, 간장

●황비홍깐풍기 요리법
① 소스를 먼저 만들어보겠습니다. 월남고추를 프라이팬에 볶고 생강채를 넣어 한 번 더 볶아줍니다. 식초 1스푼, 설탕 1스푼, 간장 1과 1/3 스푼을 넣고 끓입니다.
② 닭고기를 한 입 크기로 썬 뒤 후추로 밑간을 합니다.
③ 간마늘 기름에 홍피망, 청미팡, 대파를 넣고 살짝 볶습니다. 만들어 놓은 소스를 넣어 끓인 후 튀긴 닭을 버무립니다.
④ 마지막으로 부추와 황비홍고추, 볶은 땅콩을 얹어 마무리합니다.
※황비홍고추와 볶은땅콩을 섞은 봉지 제품을 시중에서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조미경(광화문 맛집 중식당 콴쒸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