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영의 반전… 두산 정수빈의 체감 온도는 이미 가을

입력 2020-08-19 12: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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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정수빈.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 팬들은 가을이 다가오는 것을 정수빈(30)의 타격 사이클로 가장 먼저 알아챈다. 여름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도 포스트시즌이 가까워질수록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결국 가을야구의 주인공으로 등극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입추보다 정확한 알림에 팀 동료 오재원이 ‘정가영(가을의 영웅)’이라는 별명까지 지어줬다.

기록도 이를 증명한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정수빈의 9월 이후 타율은 0.350으로 같은 기간 6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중 1위다. 통산 타율은 3~6월 0.268, 7~8월 0.244로 봄과 여름엔 평균 수준의 타자인데 가을 냄새만 맡으면 확 달라진다. 두산이 1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손가락이 찢어진 상태에도 투혼을 발휘하며 홈런을 때려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기억은 선명하다.

10년 넘게 반복된 패턴이 올해는 달라졌다. 6월까지 45경기에서는 타율 0.263으로 예년과 비슷했는데 반등 시기가 훌쩍 앞당겨졌다. 7월 이후 37경기에서 타율 0.358로 펄펄 날고 있다. 같은 기간 리그 전체 타율 4위다. 여름만 되면 힘을 못 썼던 정수빈의 반전이라 더욱 의미 있는 지표다.

장마가 지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 8월에는 그야말로 불방망이다. 18일까지 14경기에서 타율 0.418, 11득점으로 같은 기간 타율 전체 2위다. 18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두산 타자들이 선발전원안타를 기록하며 불을 뿜었는데, 3안타의 정수빈이 유독 돋보였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매년 컨텐더 팀이었기 때문에 주축 선수들이 매년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김 감독은 부임 직후 20대 초중반 선수들을 주축으로 팀을 꾸려 해마다 우승에 도전해왔지만 이제 그들도 노쇠화가 불가피하다. 김태형 감독 부임 첫해인 2015년 20대 후반으로 전성기를 달렸던 오재원(35), 김재호(35)는 어느새 베테랑이 됐다. 자연히 신체능력 저하가 불가피하다.

김 감독은 “그들에게 부상이나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몸을 많이 쓰며 데미지가 쌓였다고 보는 게 맞다. 지금 모습이 그들의 베스트”라고 설명했다. 30대 중반의 베테랑들이 계속 주연을 맡는다면 팀에게는 악재다. 이른바 ‘90라인’으로 불리는 정수빈과 허경민, 박건우 등이 타선의 주축으로 도약해야 한다. 때문에 KBO 7월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던 허경민의 활약이나 커리어 내내 고전했던 여름에도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정수빈의 변화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모두가 고통 받고 있지만 정수빈의 체감온도는 이미 가을이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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