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란. 스포츠동아DB
유해란(19·SK네트웍스)은 2020시즌 KLPGA 투어를 화려하게 빛내고 있는 ‘대형 루키’다. 2001년생으로 오늘보다 내일 더 영롱한 빛을 기대할 수 있는 ‘샛별’이다. 투어 재개를 앞두고 실전 감각 끌어올리기에 여념이 없는 유해란과 23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 가장 의미있는 기록은 ‘100% 예선통과’
이번 시즌 현재까지 성적은 개막 전 스스로 그렸던 모습보다 ‘기대 이상’이다. “100% 만족할 정도”라면서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85점”이라고 했다. 100% 만족한다고 하면서도 15점이 부족한 것은 왜 일까. “여러 번 (우승) 찬스가 왔는데 살리지 못했다. 그래서 15점을 깎았다.” 우승트로피를 더 수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다.루키 시즌, 대기록을 달성하며 우승도 해봤고 신인상 레이스에선 독주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뿌듯한 점은 무엇일까. “10번 모두 예선을 통과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드림투어에서 뛰던 유해란은 작년 8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우승으로 정규투어 직행에 성공해 하반기 10개 대회에 출전했다. 규정 대회 수(29개)의 50%(15개)를 채우지 못해 신인 자격을 얻지 못했고, 이번 시즌 정식으로 루키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지난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우승 이후 정규투어에서 단 한번도 컷 탈락하지 않았다는 점. 이번 시즌까지 보태면 무려 21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예선을 통과했다. 안정적인 실력과 함께 철저한 자기관리가 없으면 결코 쉽지 않은 기록이다. 게다가 루키 시즌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가치는 더 커진다.
그렇다면 꾸준함의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해 제주삼다수 대회 이후 1부 투어에서 뛰면서 배우고 느낀 것을 지난 겨울 태국 전지훈련 때 보완한 덕분”이라고 했다. 30~50m 거리의 웨지 샷을 가다듬어 버디를 노릴 수 있는 능력을 길렀고, 평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퍼팅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열매가 이번 시즌 한층 안정적인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신인왕 싸움? 방심은 없다
전체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시즌이지만, ‘아픈 기억’도 있다. 7월 초 열린 맥콜·용평리조트 오픈. 1라운드 공동 1위였던 그는 2라운드까지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에 랭크됐지만 마지막 3라운드에서 1오버파로 주춤하며 공동 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욕심만 냈던 것 같다”며 “그런 실패가 오히려 도움이 됐다. 챔피언조에서 수차례 뛰어본 경험도 경기를 풀어가는 데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신인상 포인트 2위인 조혜림(19·롯데)과의 격차는 433점. 유해란이 워낙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데다 둘 사이 간격도 제법 커 이미 신인왕 경쟁은 끝났다는 평가도 있지만 정작 유해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해 언니들이 어떻게 신인왕 싸움을 하는지 봤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겠다”는 게 그의 다짐. 지난해 2승을 거둔 조아연(2780점)은 후반기에만 3승을 거둔 임희정(2532점)과 끝까지 혼전양상을 벌이다 248점 차로 힘겹게 신인왕 타이틀을 가져갔다. “신인상에 욕심이 없다면 그것도 거짓말이지만 우승이나 신인상이나 모두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면서 “내 플레이에 집중하면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 매 대회 1차 목표는 컷 통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대회가 잇달아 취소되면서 한 달여의 ‘강제 휴식기’를 보낸 KLPGA 투어는 25일 전남 영암에서 개막하는 2020 팬텀 클래식을 통해 다시 기지개를 켠다. “휴식기 전까지 계속 대회에 출전하며 체력이 떨어져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운동도 하고 휴식도 취하면서 시간을 보냈다”며 “2주 전부터 후반기 대회 장소를 찾아 연습 라운드를 하면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는 퍼팅과 경기 운영 능력을 조금이라도 더 보완하고 싶다는 바람도 곁들였다. “아무래도 실전 감각이 떨어진 게 걱정”이라는 유해란은 “후반기도 이제까지 해 왔던 것처럼 매 대회 1차 목표는 컷 통과다. 중간에 짐 싸는 것은 싫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일단 예선을 통과한 뒤 더 높은 곳을 보겠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