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허민’ 히어로즈 정상화는 정녕 꿈인가?

입력 2020-10-11 16: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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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 스포츠동아DB

히어로즈의 검은 그림자는 언제쯤 걷힐 수 있을까.

2008년 첫 발을 내디딘 히어로즈는 지금까지 생존만으로도 숱한 화제를 불러모았다. 모기업의 지원이 없는 구단이 자생력을 키워나가는 모습은 분명 야구팬들에게 ‘신선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추악한 이면이 존재했다. 실소유주인 이장석 전 대표가 구단 공금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KBO는 그에게 영구 자격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내리며 구단 운영에 관여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나, ‘옥중경영’ 의혹이 터지면서 문제는 계속 드러났다.

히어로즈는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변화를 꾀했다. 허민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이 최종 결정권자로 올라서며 현 하송 대표이사 체제가 탄생했다. 구단 내부의 ‘이장석vs허민’ 힘겨루기의 본격 서막이었다.

임은주 전 부사장의 업무정지, 장정석 전 감독과의 석연치 않은 이별 등 모든 이슈는 이러한 내부알력다툼의 파생물이었다. 히어로즈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황급한 뒷수습과 부자연스러운 일처리로 임시봉합만을 시도하곤 했다.

소위 ‘허민파’로 불리는 세력은 내부 ‘가지치기’와 ‘세 불리기’로 결국 실권을 거머쥐었다. 그런데 사람이 바뀌었다고 해서 ‘오너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파격과 새로운 시도라는 탈을 쓴 비상식적 구단 운영이 히어로즈를 휘감기 시작했다.

히어로즈 제5대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잡았던 손혁 전 감독이 8일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이라는 이유로 자진사퇴했다. 가을야구 진출이 유력한, 그것도 부임 1년차 초보 감독의 시즌 중 자진사퇴다. 누가 봐도 윗선의 압력에 의한 경질이었다.

손 전 감독은 시즌 도중 잦은 윗선의 개입으로 심한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누군가’가 드라마, 영화,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곡해한 프런트 야구는 현장 지휘봉을 잡은 감독의 권한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 윗선은 감독을 1년 만에 ‘경질한다’는 말의 무게를 책임질 배포도 없었다. 자진사퇴를 한 감독에게 남은 계약기간 연봉을 모두 지급한다는 희한한 미봉책만 내놓았다. 물론 그 뒷수습도 검은 그림자 뒤에 숨어 애꿎은 사람들에게만 시키고 있다.

이들은 마치 자신들이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마냥 ‘우리는 비주류지만 데이터야구로 새로운 것을 하겠다’는 이상한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데 데이터야구는 히어로즈만이 특수하고 새롭게 적용시키고 있는 야구가 아니다. 올 시즌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도 데이터야구를 목 놓아 부른다.

현재 히어로즈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에 의한 포장이 아니다. 어떤 기준도 없이 ‘본인 생각과 맞지 않으면 틀리다’는 비상식적 윗선의 운영이다. 이 같은 리스크가 지속되는 한 같은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데이터야구도 결국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숫자로만 이뤄지게 될 것이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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